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83개국에서 1위 이거나 1위를 했던 드라마. 세간의 가장 핫 한 이슈가 되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한국문화의 컨텐츠 가치는 물론 넷플릭스의 기업가치를 수십배나 올려주고 있다. 흥행이 주는 효과를 보면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생산하는지 실감하게 된다.
불과 십 수년 전만해도 '쥬라기 공원'이라는 영화에서 벌어들인 수입이 한국 중형차 1년 수출액과 맞먹는다는 보도를 보고 부러워했는데 격세지감이다.
오징어 게임의 시작은 밋밋하다. 중반 들어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거대한 인형 앞에서 극단적인 서바이벌 게임에 돌입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여기서 탈락자는 기껏해야 색소가 든 총을 맞거나,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게임에 실패한 사람들에게 발사된 건 실탄이었다.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첫 판에서 '몰살'을 당했다. 다시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사람들에게까지 무차별 총격이 가해졌다. 충격이었다.
아마도 단 한 번의 실패에도 살아날 가망이 없다는 한국사회의 극단적인 모습을 그리는 듯 하다.
여러가지 게임이 등장한다. 대부분 우리가 어릴 적 한 번쯤 해본 놀이다. 무엇보다 징검다리 게임에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앞사람의 희생을 밟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한 순간의 잘 못된 선택으로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사람들. 구슬치기가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 게임이라면 징검다리는 인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임 같았다. 아니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 게임이었다.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드라마가 좋아서일까, 잘 만든 드라마는 많다.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설정에서 원인을 찾고 싶다.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존재는 영웅이다. 2012년 국내에 개봉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헝거게임'도 캣니스(제니퍼 로렌서역)라는 한 소녀의 영웅적 활약을 그려간다. 인디애나 존스. 슈퍼맨 등을 봐도 결국 위기를 헤쳐 나가는 정점에는 영웅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에는 영웅이 없다. 주인공이라는 성기훈(이정재 역)도 그저 소심하고 나약한 한 시민에 지나지 않는다. 출연자 모두가 고만고만하게 평등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456억원이라는 판돈(?)을 걸고 죽음을 각오한 게임을 벌인다. 인생을 모 아니면 도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스스로 선택한 게임에 실력과 운이 복합돼 결국은 실패를 맛본 사람들이다. 아니 어쩌면 운이 더 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사회의 현실과 대부분의 인간상의 모습이다.
우리 사회도 어찌 보면 거대한 게임장이다. 예상치 못한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지만 우리는 미처 그것을 알지 못한다. 막상 주어지면 대처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포기하고 쓰러지기 일쑤다. 우리는 오징어 게임에서 한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처음에는 많은 침대로 인해 보이지 않지만 사실 벽에는 앞으로 해야 할 게임이 그려져 있다.
그것만 유심히 살폈어도 앞으로 내게 어떤 게임이 주어질지 알 수 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영역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때로는 삶에 너무 휩쓸리지 말고 세상을 관조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숲은 멀리 있을 때 보이는 법이다. 세상이 어지럽고 힘들다면 잠시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
오징어 게임은 극단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극단적이지 않다. 삶이 사람의 목숨을 쉽게 끊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또다른 기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에는 단 한번의 기회만 있지만 사실 우리 인생에는 수많은 위기와 함께 기회도 연결돼 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라는 단편적인 기호에 몰입되지 말자. 피곤하면 한 숨 자고 넘어지면 쉬었다 가자. 이 좋은 가을날 오징어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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