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서기 논설위원·경영학박사 ⓒ 세이프타임즈
▲ 은서기 논설위원·경영학박사

불교 경전 법구경에 "오늘은 어제의 생각에서 비롯되었고, 오늘의 생각은 내일의 삶을 만들어 간다. 삶은 이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니, 순수한 마음으로 말과 행동을 하게 되면, 기쁨은 그를 따른다"라는 말이다. 같은 생각, 같은 의도라도 언어의 표현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지도자는 언어로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자기의 생각을 전달해 대중을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언어에 결(무늬)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결이 있어야 감동을 만들어 멀리 향기처럼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결은 나무, 돌, 살갗, 비단 따위의 조직이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를 말한다. 언어에서 결은 문채(文彩)와 같은 것이다. 문채란 문장을 아름답게 꾸며 쓴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문장에 멋을 넣는 일이다.

지도자의 언어도 마찬가지로 멋이 있어야 감동을 줄 수 있다. 지도자 자신이 멋이 있어야 가슴을 움직이는 말을 할 수 있다. 감동이란 일종의 끓는점이다. 대중은 언제 감동할까. 지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대중의 감성과 맞아떨어질 때 대중은 감동하게 된다.

지도자가 자신의 언어에 문채를 담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 메시지의 의미 그리고 그 감정을 하나로 융합해 새로운 형태의 깨달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렇게 깨달음이 가져오는 감동은 단순히 울컥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신념이 되고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게 한다.

그러면 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원천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적인 사랑과 신뢰에 있다. 감동의 또 다른 이름은 '사랑'이며 '신뢰'이다. 대중은 자신을 사랑하고 신뢰해주는 지도자가 있을 때 감동한다.

사랑이 있으면 대중은 사랑을 그린다. 그러나 미움이 있으면 대중은 미움을 그린다. 지도자의 언어에는 소리언어와 몸짓언어의 두 가지가 있다. 소리언어는 미움을, 몸짓언어는 사랑을 가져올 확율이 높다.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TV 토론회가 무수히 열리고 있다. 후보자들이 수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험담, 조롱하는 말도 있다. 상대편을 깎아내리는 말도 있다. 퀴즈를 내고 모른다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현란한 말솜씨를 자랑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소리 언어에 불과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은 TV토론을 보고 지도자감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중의 마음은 이미 몸짓언어에 시선이 가 있고, 그 몸짓언어에 마음이 가 있다. 여기서 몸짓언어란 후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일생과 태도, 표정, 눈빛, 의지, 신념, 용기, 결단력, 의연함, 균형감 등에 그가 뿜어내는 비전이 융합된 것이다. 지도자는 이런 몸짓언어를 담아내야 감동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역사를 바꾼 리더십은 소리언어가 아닌 몸짓언어에서 나왔다. 지도자에게 몸짓언어가 없으면 대중의 귀를 열 수 없으며, 대중의 마음도 열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두 갈래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하나는 평범함으로 가는 쉬운 길이고, 다른 하나는 위대함과 의미를 찾아가는 지도자의 길이다. 지도자의 길을 가고 싶은 사람은 언어에 의미를 담아낼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언어에 의미를 담은 것이 메시지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대중의 마음에 스며들어 각인돼야 한다. 지도자의 메시지란 대중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강력한 차별점이다. 지도자로 선택받으려면 대중의 마음에 스스로 녹아드는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시대에 따라 지도자가 되는 사람과 지도자의 반열에서 멀어지는 사람의 차이는 바로 이 차별화된 메시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말은 소리언어에서 나오지만 메시지는 몸짓언어, 삶의 언어에서 나온다. 말은 감정의 언어를 남기지만 메시지는 감동의 언어를 남긴다. 지도자에게 감동의 언어가 있어야 대중을 움직일 수 있다. 대중은 '멋있는 글씨다', '멋있는 그림이다', '저 사람은 멋지다', '멋있는 풍경이다'라는 언어로 감동을 표현하며 살아간다. 감동을 통해서 사람과 사물과 자신도 모르는 내면과 교류를 한다.

감동은 영혼에서 나오고, 영혼은 생각의 빛깔도 물들인다. 지도자는 영혼을 흔드는 사람이다. 내년 3월 9일, 소리언어가 아니라 이런 멋진 몸짓언어를 더 많이 담아내는 후보가 차기 지도자로 선택받게 될 것이다.

■ 은서기 논설위원·경영학박사 ◇저서 △이제 개인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언어품격 △삼성 은부장의 프레젠테이션 △1등 프레젠테이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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