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밀양고속도로 건설 현장
특정업체 설계·시공변경 '강요'
반발하자 시공업체 '인사 개입'
비리고발 청렴센터 홈피 '먹통'

▲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하고 있는 고속국도 제14호선 함양~밀양구간의 한 공사현장. ⓒ 세이프타임즈
▲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하고 있는 고속국도 제14호선 함양~밀양구간의 한 공사현장. ⓒ 세이프타임즈

"한국도로공사가 시행하는 공사를 10년 넘게 해봤지만 이런 악질은 처음 봅니다."

세이프타임즈가 가동하고 있는 세이프패트롤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보가 접수됐다.

정모씨는 "한국도로공사 한 간부의 도를 넘은 갑질과 청탁에 건설사들이 폭발 지경"이라며 '일촉즉발'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세이프타임즈가 이 같은 제보를 바탕으로 집중 취재한 결과 의혹들이 쏟아졌다.

4일 고속국도 제14호선 함양~창녕~밀양 구간 시공사와 하청업체 등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사장 김진숙) 간부 A씨가 직위를 앞세워 갑질과 청탁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 착공한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는 지난해 12월 밀양~울산(145㎞) 구간이 1차로 개통됐다. 호남과 영남을 연결해 '제2의 동서고속도로'로 불리며 2023년 완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하고 있는 고속국도 제14호선 현황. ⓒ 국토교통부
▲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하고 있는 고속국도 제14호선 현황. ⓒ 국토교통부

12개 공구로 건설중인 함양~창녕 구간은 △경남기업 △계룡건설 △두산건설 △동양건설 △동부건설 △태영건설 △포스코건설 △쌍용건설 △한화건설 등 9개 건설사가 참여하고 있다. 

또 5개 공구로 진행되고 있는 창녕~밀양 구간은 △두산건설 △코오롱건설 △GS건설 △금호산업 △KR산업 등 5개 건설사가 시공하고 있다.

B건설 관계자는 "최근 ○○○의 설계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A씨가 공사금액을 무려 3배나 부풀려 견적한 업체를 지목하고, 공사를 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A씨는 당초 설계를 무시하고 자신이 추천한 제3의 업체에서 설계 검토를 받도록 지시한 뒤 (제3의 업체가) 시공토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액과 안전을 이유로 청탁을 즉각 수용하지 않자 A씨는 시공사 관계자들을 협박하고 모멸감을 주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 한국도로공사가 직원들의 비리를 제보하는 청렴클린센터를 운영한다고 공지했지만 실제는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 한국도로공사가 직원들의 비리를 제보하는 청렴클린센터를 운영한다고 공지했지만 실제는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C건설 관계자는 "청탁받은 업체를 무시하면 안전점검을 빌미로 특별점검을 하는 것을 비롯해 어떻게 해서라도 꼬투리를 잡아 협박하고 있다"며 "심지어 공사 총괄책임자를 현장으로 호출해 청탁 압력을 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사들은 A씨가 시공사 인사에도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D건설 관계자는 "(또 다른 청탁업체에 대한) 기성금 지급에 대한 일정을 변경하기라도 하면 A씨로부터 심한 야단을 맞는 것이 다반사"라며 "자신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시공사 직원에 대한 인사조치도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청탁과 갑질이 만연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나 도로공사는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 고위직과 업체간의 결탁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정모씨는 "말도 안 되는 갑질과 청탁이 전 구간에서 만연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의 눈밖에 날까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지만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창구도 문을 닫은 것으로 밝혀졌다. 도로공사는 함양~울산고속도로 건설과정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청렴클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홈페이지는 가동되지 않는 '먹통'상태였다. 세이프타임즈가 '청렴클린센터'의 운영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접속했지만 운영되지 않는 홈페이지로 드러났다.

현장 관계자 E씨는 "도로공사 고위직이 A씨의 뒤를 봐주고 뒷돈을 상납받고 있다는 소문이 현장에 파다하다"며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즉각 실태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세이프타임즈와의 전화 통화에서 "설계변경을 지시하거나 시공업체 선정을 강요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황당하다"고 일축했다.

▲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하고 있는 고속국도 제14호선 함양~밀양구간의 한 공사현장. ⓒ 세이프타임즈
▲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하고 있는 고속국도 제14호선 함양~밀양구간의 한 공사현장. ⓒ 세이프타임즈

[편집자] 세이프타임즈는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갑질과 청탁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제보를 받는 세이프패트롤을 본격 가동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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