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관신문 600호 ⓒ 국립중앙박물관
▲ 박물관신문 600호 ⓒ 국립중앙박물관

"고고학을 하는 사람들은 땅속을 파헤치고 다니기 때문에 두더지로 불린다. (중략) 옛것을 찾아 땅속만 누비고 다니는 고고학도야말로 방향 감각을 잃고 시대를 역행하는 자들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으리라."

1985년부터 8년 남짓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한병삼은 1970년 10월 발표한 글에서 고고학자를 두더지에 비유했다. 지하에 묻힌 유적과 유물을 찾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흙을 파는 모습이 두더지를 연상시킨 모양이다.

한병삼은 이어 "토기편 하나를 발견하고 좋아 날뛰는 두더지들을 보고 구경꾼들은 약간 돈 자들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하면서도 문화 전통을 공고히 하기 위해 두더지들이 하는 노력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글이 실린 매체는 국립중앙박물관이 1970년 7월 창간한 '박물관신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지역에 있는 소속 국립박물관 소식을 매달 한 차례 전하는 박물관신문은 초창기에 4면이었으나, 지금은 36면으로 늘었고 내용도 풍성해졌다.

박물관 사람들이 관람객과 소통하기 위해 펴내기 시작한 박물관신문이 지난 8월 통권 600호를 맞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를 기념해 '흙 털고 먼지 후후 불어'라는 무료 책자도 지난달 발간했다.

박물관신문 담당자인 명성은 씨는 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박물관인의 온기와 고민과 열정의 가치를 나누고자 책을 기획했다"며 "몇 달에 걸쳐 방대한 자료 속에서 책에 수록할 내용을 고르고 또 골랐다"고 말했다.

책은 박물관신문의 수필 칼럼 '두더지의 변(辯)'과 '관우수필' 중 일부 원고를 시대순으로 묶었다.

1971년 국립공주박물관장이었던 김영배는 '성보(聖寶) 예찬'이라는 글에서 그해 송산리 고분군(현 무령왕릉과 왕릉원) 배수로 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된 무령왕릉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는 "무령왕이야말로 백제를 중흥시킨 분이요, 오늘에 그 왕력을 되살려 온 세상을 탄복하게 한 분"이라며 "대왕의 능침이 세상에 알려짐으로써 대왕의 나라 백제의 모든 푸대접이 사라지고 온 누리에 대왕의 성덕이 퍼져 울린다"고 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저자로 유명한 최순우는 1972년 국립중앙박물관의 경복궁 이전에 즈음해 '일본 때'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최순우는 "일본인들은 30년간 박물관에 일본 때를 겹겹이 입혀 놓았고 찐득한 때는 국립박물관으로 개편된 지 2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깨끗하게 가시지 못했다"며 "박물관이 시골 때, 가난 때, 일본 때를 벗어 버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외에도 책에는 발굴조사, 박물관 이전, 소소한 일상 등에 얽힌 다양한 글이 담겼다.

명씨는 "박물관신문을 만들 때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어떻게 박물관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할지 늘 고민한다"며 "박물관신문이 박물관인들의 노력을 비추는 작지만 밝은 등불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클릭하면 세이프타임즈 후원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