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로3가 귀금속상가 거리 ⓒ 연합뉴스
▲ 종로3가 귀금속상가 거리 ⓒ 연합뉴스

"귀금속은 없어도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손님 한 명 없는 것 보세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일대 귀금속거리에서 만난 조영주(51)씨는 텅 빈 가게를 둘러보며 말했다.

종로에서만 귀금속 장사를 20년째 하고 있다는 조씨는 매일 겨우겨우 버텨내고 있다고 했다.

조씨는 "경기가 좋아야 사람들이 액세서리를 사든 예물을 맞추든 할 텐데 밥 먹고 살기도 힘든데 이 비싼 걸 사겠나"며 "주변에도 같은 업종 분 중 이미 장사를 접은 분들이 많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귀금속거리에 줄지어 늘어선 매장에서는 손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러 매장이 한곳에 모여 있는 대규모 주얼리센터에만 간간이 금 가격을 문의하는 발길이 이어질 뿐 작은 매장에서는 이조차도 찾아볼 수 없다.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서 반짝이는 귀금속을 앞에 두고 휴대전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일부는 의자에 앉아 아예 눈을 감고 있기도 했다.

예물 전문점을 운영하는 서영종(58)씨에게 최근 상황을 묻자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거지 도저히 해답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우리 업종은 경기를 덜 타는데도 사람 자체가 돌아다니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며 "코로나 사태 초반이던 작년에는 그 전 해에 벌어둔 돈으로 버텼지만, 올해는 작년에 벌어둔 게 없으니 대출밖에 답이 없더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의 씀씀이가 줄어든데다 예물을 맞추러 오는 주 고객층이던 예비부부가 줄어든 것도 크게 작용했다.

예물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60대 A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결혼을 많이들 미뤄서 그런지 예물을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며 "요즘엔 온종일 앉아 있어도 손님이 없어 평소보다 늦게 나오고 일찍 들어간다"고 했다.

코로나 여파로 결혼식을 비롯해 돌잔치나 각종 행사와 모임을 하지 못하게 된 것도 고스란히 귀금속 업계에 타격으로 돌아왔다.

50대 박모씨는 "돌잔치를 하지 못하니 돌 반지가 팔릴 리가 있느냐"며 "직원 3명을 두고 일했는데 다 내보냈다"고 했다. 상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귀금속 거리가 과거처럼 성황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30년째 이 거리에서 매장을 운영한다는 B씨는 "젊은 사람들은 귀금속을 사고 싶으면 백화점 명품매장을 가지 종로를 찾지 않는다"며 "최근 집값이 많이 올라 그런지 예전처럼 예물을 거하게 하는 분위기도 사라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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