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수요 급증한 라면 ⓒ 연합뉴스
▲ 코로나19로 수요 급증한 라면. ⓒ 연합뉴스

"사놓고 맛없어서 못 먹고 있던 라면이 5봉지 있었는데 쿠지라이식 라면 레시피 덕에 처리했어요." (유튜브 아이디 '호**')

"아침에 간단한 요리 찾다가 응용 조리법 영상을 찾았는데 (직접 만들어 먹어보니까) 정말 맛있었어요." (아이디 '삼***')

"취향에 따라서 라면 스프와 카레 가루를 3대1 비율로 한번 해보면 더 맛있어지더라고요." (아이디 '정**')

유튜브에 게시된 라면 응용 조리법 영상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간편하지만 이색적인 것을 추구하는 MZ세대(1980∼2000년대초 출생) 사이에서 인스턴트 라면을 응용한 조리법이 화제다.

자신만의 이색 조리법을 SNS, 유튜브에 공유하거나 특이한 레시피를 보고 따라 요리해보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라면 응용 조리법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 국물 없는 라면이나 계란찜·볶음밥에 응용…"간편하고 독특해"

최근 인기를 끄는 라면 응용 요리로는 국물 없이 볶는 '쿠지라이식 라면'이 꼽힌다.

쿠지라이식 라면은 2010년 발행된 일본 만화 '목요일의 플루트'에서 주인공 쿠지라이가 처음 소개한 라면 요리법이다.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SNS를 중심으로 조리법이 퍼지기 시작했고 최근 라면 응용 요리의 대표주자가 됐다.

냄비에 인스턴트라면 끓일 때의 절반 수준으로 물을 부어 면을 끓인 뒤 분말스프도 반만 넣어 볶아준다. 국물이 자작하게 졸여지면 냄비 가운데 공간을 만들어 계란을 풀어준다.

기호에 따라 계란을 반숙으로 조리해 면을 찍어 먹거나 슬라이스 치즈를 추가하면 부드러운 맛이 배가된다.

직접 끓여 먹어보니 국물이 졸아 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간이 적당했다.

5년째 종로구에서 라면 전문식당을 운영 중인 문휘수(가명·30대)씨는 "쿠지라이식 라면은 일식 비빔면인 마제소바와 비슷하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그럴듯하게 흉내 낸 점이 놀랍다"고 전했다.

컵라면을 활용한 응용 요리도 유행이다.

대표적으로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컵라면 계란찜이 인기다.

컵라면을 끓여 면을 먹거나 제거해 국물만 남은 용기에 파와 계란 두 알을 넣어 저어준다. 용기를 2분간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려주기만 하면 컵라면 계란찜이 완성된다.

조리법은 간단하지만 맛과 풍미가 제대로 만든 계란찜에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라면으로 밥반찬을 만들 수 있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컵라면 볶음밥'도 요리 인증샷 릴레이에 종종 등장하는 메뉴다.

잘게 부순 면이 잠길 정도로만 컵라면 용기에 물을 부어 익힌 뒤 밥, 계란, 파기름과 섞어 프라이팬에서 볶는다. 완성된 볶음밥을 빈 컵라면 용기에 넣어 모양을 만들어준다.

접시 위에서 용기를 뒤집은 뒤 들어 올리면 중식당 볶음밥처럼 모양을 낼 수 있어 인증샷 게시를 즐기는 SNS 사용자들에게 인기다.

라면 응용 요리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조리가 복잡한 편이지만 여러 양념과 재료가 필요한 기성 볶음밥보다 쉽게 맛을 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평소 다양한 라면 응용 조리법을 시도해본다는 이도원(20대)씨는 "작년 유튜브를 통해 처음으로 라면 응용 조리법을 접했다"면서 "라면 제품마다 다른 맛을 낼 수 있어 질리지 않는다"고 호평했다.

◇ 주머니 얇아도 식상한 것 못 참는 MZ세대 취향 저격

최근 라면 응용 조리법이 유행하는 것은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MZ세대가 온라인 플랫폼이 다양해진 환경을 이용해 자신만의 라면 조리법을 공유하면서 라면을 '요리화'하는 문화 현상이 나타났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열악한 경제 상황 속에서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MZ세대는 인스턴트 식품도 특별하게 먹고 싶어한다"며 "소비자로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하는 '프로슈머'적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하는 식사가 중요해진 점, 유튜브와 같은 영상 플랫폼의 인기 등도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영성 대학내일20대연구소장은 "간단하게 집에서 요리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면서 "MZ세대는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도 즐겁고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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