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때마다 고민했던 책들을 정리했다.책장이 모자라 부모님집에 지금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놈들도 곧 정리할 예정이다.대학시절부터 모으기만 하고 버리지 않아 집 한 켠을 차지했던 각종 이론서를 정리하니 내 마음도 홀가분하고 생각의 지평도 넓어지는 느낌이다.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그간 나를 만들고 지탱해 주었던 근간이 떨어져 나간 기분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정리한 것은 내 생각의 폭을 더욱 넓히고자 함이다. 그래서 인증사진도 찍지 않았다.우리는 현재 진보 아니면 보수로 나뉘어 으르렁대고 있다. 일본인들이 식민통치를 위해 사상적
우리 강아지는 흔히 '말티즈'라 불리는 몰티즈 종이다. 이름은 마루. 그런데 보통 말티즈 보다 몸체가 두세 배 커서 사람들이 말티즈가 맞느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우리는 이름을 덧붙여 '마루티즈'라는 변종이라고 농담한다.이 아이가 우리집에 온 지 12년이 흘렀다. 첫 강아지인 토이 푸들을 7년 만에 허망하게 보내고 다시는 강아지를 안 키운다고 했지만 딸아이의 성화에 졌다. 사실 첫 강아지 입양도 강력하게 반대했다. 어떻게 집 안에서 동물과 함께 지내느냐는 생각이었다. 그때도 딸아이의 성화에 졌다.이름은 구슬이. 무척이나 영리한 녀석은
얼마 전 왼쪽 손 엄지손가락에 타박상을 입어 엄지손가락을 한달동안 못쓰게 되는 일이 있었다.엄지손가락 하나 못쓰게 된다 해서 무슨 일이 있을까 했는데 오른손잡이인 필자가 왼손 엄지 손가락하나 못쓰게 되면서 느끼는 불편함은 생각보다 컸다. 설거지를 하는 행위에서도 접시를 들고 비누칠을 해서 물로 헹구는 행위가 이렇게 까지 힘든 일이 었던가. 그 행위에서 엄지손가락의 필요성은 막중했다.그 손가락이 다 나을 때까지 그 한 달간 느낀 신체적 박탈감은 생각보다 컸다. 왜 두 손이 필요한 것인지, 건강하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그때에나
공공예술(Public art)이라는 단어는 어디까지의 형용사를 수용할 수 있을까?공공예술(Public art)의 사전적 의미는 거리 공원, 광장 따위의 일반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행해지는 예술이나 활동 등을 지칭한다.그러나 공개된 장소에서의 예술 행위 자체를 모두가 예술이라고 생각하는지는 제고해 봐야 한다.오늘날의 공공예술 혹은 공공미술은 미국, 일본, 독일 등의 나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되고 오고 있다. 2000년에 들어와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안양, 서울, 광주 등지로 확산되며 도시재생이나 예술의 민주화 개념과 맞물려 새로운 모습
'딩동~' "택배 왔어요."아마도 이 말처럼 반갑고 친근하게 들리는 말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택배(宅配)'는 우리생활 깊숙이 침투해 생활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았다.택배의 어원은 일본에서 시작됐다. 말 그대로 집 앞까지 배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우리처럼 상품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신문이나 우유, 또는 간단한 조리음식을 배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우리나라 택배서비스는 1990년 후반 통신판매 발전과 함께 도입됐다.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대규모로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로 발전했다.택배라는 용어가 사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우
삼월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어머니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급히 나가셨다. 어린 남매는 어머니가 쥐어 준 10원짜리 몇 장을 쥐고 속절없이 좋아라 했다. 저녁이 되자 이웃집에서 급히 우리를 불러 어디론가 데려갔다.그 때 아버지의 죽음을 보았다.퇴근 후 건하게 술 한잔 걸친 아버지를 택시가 치었다. 택시기사는 겁에 질려 난지도 쓰레기장으로 향했고, 아직 숨이 붙어있는 아버지를 그곳에 버렸다. 아버지를 유기한 택시는 마침 단속 중이던 경찰에 잡히고, 아버지는 영등포에 있는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그러나 신분증이 없다고 병원측은
부모님댁 냉장고에 붙어 있는 중국집 자석 전단지다.짜장면이 생각나시면 전단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거신다.그나마 한 그릇은 못 시키시고 참으신다.어머니, 아버지 각 한 그릇 비울 자신이 있으실 때에만 다이얼을 돌리신다.부모님댁이 성대 옆 산 중턱에 있어 배달 종사자들에게 한 그릇 시키기가 미안해서다.그래서 필자가 부모님댁에 가면 못 드셨을까봐 종종 배달시켜 같이 먹는다. 그런데 이마저도 못하게 됐다.전화로 시키면 오던 유일한 아날로그 짜장면집이 폐업한 듯하다. 전화를 안 받는다. 개인사정으로 일시 정지란다. 지난주 다시 시도해 봤지만
4월의 봄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안산에서 인천에서 세종에서 목포에서 크고 작은 기억식이 열렸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여전히 봉합되지 못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혐오발언은 치유를 더욱 더디게 만들었다.한때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자식팔아 장사한다"는 극단적 혐오 발언도 있었다. 대다수 유가족들은 돈보다 참사의 진실을 알고 싶어했다. 보상금을 수령한 일부 유가족도 상처를 빨리 잊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안산에 거주하고 있는 유가족을 직접 만나본 필자가 경험한 일이다.시간이 지나서는 지원금 사용에 대
요즘 20~30대 여성과 대화를 하다보면 결혼에 매우 회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진지한 대화를 하면 '결혼은 해도 아이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이런 모습이 철없음, 이기심으로 느껴졌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왜 젊은 여성들이 이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이해도 간다.필자가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느껴야 했던 그때의 처절함. 이제 아이가 컸다해서 기억 속에 망각의 버튼을 눌러 지난일에 대한 미화를 진행했을 뿐. 그때 난 처절하게 '독박육아'를 하며 밀려나는 경력단절에 눈물을 훔치고는 했었다.10년전만 해도 유교뿌리의 전통사
담장은 쌓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그 쓰임새가 달라진다. 내 땅을 따지는 사람에게는 경계가 되지만 자연을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나눔이 된다. 이 때 담장은 벽이 아니라 미학이 된다.예로부터 담장은 내 것을 구분하는 차가운 평면이 아니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위압감을 주는 모습은 더더욱 아니었다. 발 돋음만 하면 마당을 훔쳐볼 수 있는 높이였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우리 민족 평균키에서 살짝 높은 다정함이 묻어 있다.담장은 집과 집을 나뉘되 방어막의 역할이 아닌 서로 간의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어울림의 형식을 통해 서로의 아름다움
출근길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한 청년이 오늘도 눈에 들어왔다. 그는 매일 아침 7시 34분경 대방역에서 천안행 급행열차를 탄다. 9통 2반(전철 9번째 차량 2번째 문)으로 승차해 거리낌없이 핑크카펫에 앉는다. 9통 안에 다른 자리가 비어 있어도 꼭 두 좌석뿐인 핑크카펫 자리를 고집한다. 그러고는 눈가리개를 하고 두툼한 장갑을 끼고 태연히 잠을 청한다. 그가 내리는 곳은 금정역이다.우리는 지하철이나 전철의 각 칸마다 두 좌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마련해 놓고 있다. 일명 핑크카펫. 내일의 주인공을 맞이하는 자리다.핑크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 2'가 지난 10일 공개되자 시청자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혹시 주인공 동은이가 벌이는 사적 복수극을 통해 현실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정의 구현, 인과응보 같은 것을 바라고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어릴 적 우리는 전래동화를 읽으며 그 안의 서사를 통해 '잘못한 자는 벌을 받고 선한 자는 복을 받는다'는 아주 단순한 삶의 이치를 그 안에서 깨닫고 이를 통해 상식을 배우고 삶의 태도를 결정했었다.그러나 현실은 동화 속에서 구현되어지던 정의가 사라지고 없는 것 같은 공허감을 준다.
지난 18일 경기 고양의 한 맘 카카페에서 딸아이가 그린 일장기가 등장해 논란이 됐다. 태극기에 비해 깔끔하니 아파트에 일장기를 걸자는 제안도 했단다. 지난 3·1절 세종시 일장기게양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안 됐다. 당시에도 온나라가 시끄러웠는데 나라가 어디까지 추락해 갈지 참으로 안타깝다.알다시피 일장기는 태양을 상징한다. 신화이긴 하나 일본은 태양신 '아미테라스'를 조상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단군과 같은 존재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태양을 숭배하긴 하지만 일본은 건국신화부터 등장한다. 제2차세계대전 때는 떠오르는 해를 상징하
불과 십 수년 전만 해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 이처럼 많아질 거라 생각도 못했다. 지난해 기준 640만가구 정도가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2200만가구에 이르니 어림잡아 30%의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세 집에 한 집 꼴이다.관련 산업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1년 통계로 3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가히 폭발적이다. 우리 아파트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집이 드물다. 우리집도 그 중 한 집이다.최근에는 이사 떡이 귀해졌다. 어쩌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얼른 시선을 피하거나 휴대폰을 꺼
구약성서에 '너의 목은 상아로 만든 탑 같고(아가 7장 4절)'라는 구절이 있다. 귀한 존재를 일컫는 말이다. 상아는 코끼리의 위쪽 어금니를 말한다. 위로 불쑥 솟은 모습이 당당하고 기품이 있다. 상아는 예로부터 귀한 보물로 여겼다. 도장이나 장식을 상아로 새기고 복을 가져오는 상징물로 소장하기도 했다. 대학을 상아탑(象牙塔)이라 부르는 이유도 이와 같다.학문의 절정기에 오른 우수한 인텔리 집단으로 국가적으로는 보물이나 다름없다. 그런 대학들이 지금 지방대를 중심으로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폐교된다는 말이
70년대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는 한 학급 학생수가 100여명을 육박했다.교실마저 부족해 2부제 수업까지 있었다. 지금 세대야 상상할 수 없지만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그랬다. 당시에는 국민학교로 불렸다.당시에는 졸업식도 북적했다. 졸업식에 안 가는 건 상상할 수 없었고 가족이 얼마나 오느냐에 따라 주눅이 들거나 기가 살았다.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때는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곤 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식 때와 달리 고등학교로 가면 졸업식 문화가 또 달라진다. 마치 해방군이 된 듯 한 분위기였다. 괜스레 교복을 찢고 밀가루 범
수많은 공간중에 아마도 역보다 많은 이야기와 추억들을 담고 있는 장소는 드물 것이다.그 중에서도 서울역만큼 많은 사람들의 인생사를 함께한 역도 없을 게다. 그 이야기를 풀어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수백 번은 왕복할 만큼의 길이가 될지도 모른다.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명절이면 서울역은 수많은 인파로 붐볐다.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게 예사였고 전 날 노숙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도 서울역은 언제나 설렘과 상기된 얼굴로 마주했고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이야기를 보듬었다. 물론 지금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용하지만 그때에 비하면 격세지감
2019년 말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며 지금까지 우리의 일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사회·경제·정치적으로 타격을 물론 교육현장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면대면으로 수업을 해오던 교육현장에 혼란은 가중됐다. 이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공백은 사회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코로나19 팬데믹의 강한 전파력과 치사율로 누구나 감염 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막연한 심리적 타격감을 가지게 됐다. 밀집·접촉·상호교류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사회적 현상이 대두됐다.미증유의 사회적 현상 속에서 사람들은
우리는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 상상도 못했던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 것 같다.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잡지, 전화 등의 기존 대중매체에서 온라인 신문, 블로그, 비디오게임, 소셜 미디어로 발전하더니 이젠 메타버스, NFT라는 영역까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정보화 시대에 등장한 가장 논쟁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사상가 중의 한 명이다. 그는 '지구촌(global vi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 해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호랑이의 용맹함을 신비스럽게 여겼으며 그림을 그려 역병이나 액운을 쫓는 방법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그래서 호랑이는 예로부터 액운을 쫓는 신성함의 상징이요, 건국신화에도 등장하고 1988 서울올림픽 마스코트로 쓰일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이미지의 동물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우리의 일상을 집어삼킨 지도 2년이 넘어간다. 지난해만 해도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의 복귀를 기대하기도 했었다.그러나 올해도 기약없는 미증유의 시간을 감내해야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