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다"
10년이 훌쩍 지났다.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짧은 글만 남긴채 홀연히 떠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마지막 글은 이렇게 짧았지만, 울림은 크고 길었다.
운명이란 무엇이길래 우리 정치사의 거목은 이 말을 마지막 뒤안길에 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처음 만난 게 주역(역경)이다. 나의 모자람이 주역으로만 '운명이 무엇인가' 이해하는 것을 방해했다. 운명학의 대표적인 동양학, 명리학에 입문한 이유다.
명이란, 命으로 주역은 천명이고, 명리학은 사주팔자다. 우리가 아는 운명이다.
운이란, 運으로 주역은 실천, 즉 행(行)이고, 명리학은 매순간 변하는 움직임이다. 우리가 아는 운세다.
노 전 대통령은 또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했다.
주역은 그리하면 '무구(无咎)'라고 한다. 즉 허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주역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선보과(善補過)라며 과오를 선으로 덮으라고 삶의 지침을 내린다.
나아가 허물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과(過)-회(悔)-선보과(善補過)-무구(无咎)-소통(疏通)의 구조를 제시한다.
먼저 사람은 끊임없이 허물을 범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넓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 소통하기 위해 스스로 허물을 인정하고 이를 보완함으로써 무구의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의 말씀이다.
무구는 자신의 허물을 스스로 책임지는 태도다. 이러한 의미의 무구가 주역이 지금도 여전히 유용한 까닭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운명과 원망이라는 심오한 낱말을 남긴 노 전대통령은 유서만을 보더라도 동양철학을 잘 알고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가 태어났던 날(9월1일)이 곧 다가온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운명은 어떨까?
여러분도 남을 원망하지 말고 자신의 잘못부터 인정할 수 있다면 명운의 섭리를 이행할 충분한 자격과 능력이 있다.
주역과 명리의 운명이 바로 자연의 섭리, 하늘의 섭리이자 인간의 섭리이다.
■ 범진 선생(사주명리 전문가·전 경향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