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표 서울대병원 순화기내과 교수(왼쪽)와 곽순구 순화기내과 전문의. ⓒ 서울대병원
▲ 이승표 서울대병원 순화기내과 교수(왼쪽)와 곽순구 순화기내과 전문의. ⓒ 서울대병원

(세이프타임즈 = 이민우 기자) 국내 연구진이 심장 MRI 지표 중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장기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위험인자와 심장MRI를 이용해 심근 섬유화 정도를 알면 환자의 사망 위험도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이승표 교수팀(제1저자 곽순구 전문의)은 새로운 심장 MRI 기술인 T1-mapping을 적용해 측정한 심근 섬유화가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장기 예후에 중요한 위험인자임을 밝히고, 그 지표들에서 사망의 역치 값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심장에서 대동맥으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대동맥판막이 노화로 인해 제대로 열리지 않는 질병이다. 좁아진 판막 때문에 심장에 압력 과부하가 발생해 심장이 점점 두꺼워지고 심부전으로 진행하게 된다. 운동 시 호흡곤란, 흉통, 실신이 나타난다. 중증일 경우 예고 없이 급사할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유병률은 65세 이상에서는 5%, 75세 이상에서는 12%까지 보고된다.

유일한 치료법은 개흉 수술이나 카테터를 이용한 경피적 치환술을 통해 병든 대동맥판막을 새로운 인공 판막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의 진료지침에서는 심부전 증상이 있거나 무증상이어도 심기능이 떨어지면 판막 치환술을 권고하고 있다.

연구팀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 미국, 캐나다 등 13개 연구센터에서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수술 혹은 시술을 받는 다국적 환자 799명의 심장 MRI 데이터베이스로 사망을 예측하는 랜덤 생존 포레스트 기계학습 모델을 구축했다. 데이터베이스는 29개의 임상, 심초음파, 심장 MRI 변수로 이뤄졌다.

그 결과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예후 예측에서 중요한 지표는 심근 섬유화의 지표인 미만성 섬유화(ECV%)와 대치 섬유화(LGE%), 심부전의 조기 지표인 좌심실확장말기용적(LVEDVi), 우심실구혈률(RVEF)로 확인됐다. 기존에 중요하다고 알려진 좌심실구혈률 등은 그 중요도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학습 모델에서 ECV%가 27%를 초과할 때 사망 위험도는 급격히 올라가 2.8배 증가됐다. 또한 LGE%가 2%를 초과할 때 사망 위험도는 일정하게 상승해 2.5배 증가됐다.

이러한 역치 값(ECV%: 27%, LGE%: 2%)은 독립적인 테스트 데이터와 무증상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서도 유의하게 사망을 예측할 수 있었다. 특히 최종 사망 예측모델에서 기존의 위험인자에 이러한 심장 MRI 지표를 추가했을 때 수술 후 사망 예측력이 크게 향상됐다.

연구팀은 실제로 무증상이지만 중증의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이 지표들에 기반한 조기 판막 치환술이 환자의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임상시험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무증상이라도 질환이 중증 상태일 때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수술을 권장해야 할지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이승표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수행된 대동맥판막 협착증 연구 중 새로운 심장 MRI 기술인 T1-mapping을 적용한 가장 큰 규모의 다국적·다기관 연구"라며 "심근 섬유화가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의 장기 예후에 중요한 위험인자임을 밝히고, 그 지표들에서 환자의 사망을 예측하는 역치 값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곽순구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전문의는 "이러한 역치 값이 수술 시행 여부와 그 시점에 대해 논란이 있는 무증상의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서도 의미가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순환기학 분야의 저명한 저널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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