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과 기싸움 중 가판대 전격설치 '인도 실종'

▲ 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현대코어상가 앞 버스정류장이 울타리와 노점판매대로 가로 막혀 있다. ⓒ 이찬우 기자
▲ 5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현대코어상가 앞 버스정류장이 울타리와 노점판매대로 가로 막혀 있다. ⓒ 이찬우 기자

5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앞 현대코아상가 앞 버스정류장. 멀쩡한 인도가 갑자기 둘로 갈라졌다. 

버스정류장이 노점판매대와 울타리에 가로막혀 마치 섬처럼 인도와 떨어져 있었다. 높이 1.2m, 길이 80m의 높고 긴 울타리로 인해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편을 호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성인 한 명이 들어갈 정도로 비좁은 '사잇길'을 통과해야 했다. 시민들은 반대편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진입하다가 철재 울타리로 가로막힌 사실을 뒤늦게 알고 되돌아가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처구니 없고, 황당한 버스정류장이라는 반응이었다.

상가 앞 버스정류장은 무려 11대의 버스가 정차하는 곳으로 매우 혼잡했다. 갑자기 좁아진 인도로 인해 교통사고 우려는 당연했다.

기이한 풍경은 노점 상인-구청- 현대코아상가 등과의 갈등으로 촉발됐다. 지난해 12월 상가 앞 노점으로 골머리를 앓던 상인들과 주민들은 동대문구청에 수없이 민원을 제기했다.

▲ 5일 서울 동대문구 현대코아 앞에 시민이 울타리를 사이에 놓고 대화를 하고 있다. ⓒ 이찬우 기자
▲ 5일 서울 동대문구 현대코아 앞에 시민이 울타리를 사이에 놓고 대화를 하고 있다. ⓒ 이찬우 기자

이에 동대문구는 '거리가게 허가제'를 도입하기로 했고 잠시 노점판매대를 철거했다.  

하지만 그 틈을 이용해 인근 상인들은 지난해 12월 '거리가게 허가제'를 반대하며 울타리를 설치해 갈등은 수면위로 떠올랐다. 

동대문구가 "기존 노점을 줄이고 10년 안에 정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인들은 "노점 철회가 없으면 울타리 철거도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동대문구가 반격에 나선다. 지난달 28일 전격적으로 울타리 앞에 노점판매대 7개 설치를 강행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고질적인 민원에 '강대강' 정책 집행으로 대응한 것이다.

구청장의 '황당한 행정'에 시민들은 되레 불안에 떨고 있다. 이날도 길을 가던 두 시민이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로변 인도에서 생뚱맞은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 5일 서울 동대문구 현대코아 앞에서 시민이 울타리 때문에 무거운 짐을 두번씩 옮기고 있다. ⓒ 이찬우 기자
▲ 5일 서울 동대문구 현대코아 앞에서 시민이 울타리 때문에 무거운 짐을 두번씩 옮기고 있다. ⓒ 이찬우 기자

현대코아상가 1층에는 대형 마트가 있다. 많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난 후 바로 앞에 있는 버스를 타고 귀가한다.

하지만 울타리가 생기면서 바로 앞 버스정류장을 두고도 멀리 돌아 가야 한다. 노약자들은 짐이 무거워 2~3번씩 왔다갔다 하며 짐을 옮겨야 했다.

비좁은 통행로(인도) 때문에 차도를 걷는 위험천만한 장면도 수시로 목격됐다. 울타리와 노점판매대 사이의 길은 성인 1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어 교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민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차도를 통해 이동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동대구청의 무책임한 행정에 시민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도로 쪽에 설치된 노점판매대 때문에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가 가려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버스기사 박모(53)씨는 "갑자기 노점판매대가 생기는 바람에 승강장에 있는 승객이 보이지 않아서 불안하다"며 "이런 곳에 가판대를 설치한 동대문구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 이모씨(51)는 "눈 앞에 버스가 와도 울타리 때문에 타지 못한다"며 "많은 시민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울타리를 넘다가 다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씨(55)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모이는 지역에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져 창피하다"며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행정을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대문구가 서울시민의 자유공간인 인도를 '사유지'처럼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이 지역 상인과 노점상과의 싸움을 벌이면서 무고한 시민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 5일 서울 동대문구 현대코아 앞이 노점판매대와 울타리로 인해 통행이 어려운 시민들이 위험천만하게 도로로 걷고 있다. ⓒ 이찬우 기자
▲ 5일 서울 동대문구 현대코아 앞 노점판매대와 울타리로 인해 통행이 어려운 시민들이 위험천만하게 도로로 걷고 있다. ⓒ 이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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