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무면허의료행위는 위법이다. 무면허자가 의료행위를 해도 위법이지만, 면허가 있어도 면허 범위를 넘는 의료행위를 하면 그 넘는 범위에 관해서는 무면허의료행위가 된다.

최근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의 대리수술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었다. 10시간 분량의 대리수술 영상을 보면 누가 의사고, 누가 무면허의료행위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영상이 너무 자연스럽고 평온해 설명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수술을 잘한다면 별 문제가 없이 끝났고, 오히려 의사보다 무면허자가 기술이 더 좋다면, 허용될 수 있을까. 전문의라 하더라도 의료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사고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누가하더라도 상관없는 것일까.

대법원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한다(대법원 2017도19422판결). '의료행위'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야 하는 질병의 예방·치료행위 등으로 열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가 의료행위라고 명시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에 대해 강조한다. 추상적 위험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즉 환자에게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무면허의료행위는 처벌 대상이라고 본다.

위 판결은 치과의사인 A가 충치에 대한 복합레진 충전 치료과정에서 의료인 아닌 치위생사 B로 하여금 의료행위인 에칭과 본딩 시술을 한 것이었다.

치과의사 A와 치위생사 B 모두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둘의 공모를 인정하며 유죄로 인정했다. 치위생사 B는 고용된 입장에서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모한 것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위법행위를 시키는 사람이 나쁘지만, 시킨다고 하는 사람도 나쁜 것은 변함없다.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이 통하기에, 의료현장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위험한 곳'이다. 이것을 대법원도 인정한 것이리라.

구체적으로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 괜찮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런 논리라면, 위법행위가 적법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수많은 환자들이 실험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잘하면 그만이다'는 논리는 위험하다. '면허'의 뜻은 '일반인에게는 허가되지 않는 특수한 행위를 특정한 사람에게만 허가하는 행정처분'이다.

의료인은 단순히 잘하기 위한 방법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잘못될 수 있는 상황을 알아차리는 법, 그런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모두 배우느라 오래 걸리고 힘들다.

'잘하면 문제 없다'는 논리가 위험한 또다른 이유는, 의료인이 잘하지 못하는 경우 무조건 처벌해야 한다는 것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의료인은 신이 아니다.

의료현장은 경쟁의 장이 아니고 돈벌이의 현장이 아니다. 환자와 의료진이 서로 믿고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곳이다.

신뢰 유지를 위해 의료인측이 좀더 무겁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무면허의료행위에 관한 것은 구체적이 아닌 추상적 위험범이라는 대법원 판례 법리가 반복되는 이유일 것이다.

■ 오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근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심사관 역임 △경찰수사연수원 보건의료범죄수사과정 교수 △금융감독원‧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위원 △질병관리청‧서울시간호사회‧조산협회‧보건교사회‧간호대학학생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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