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노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네이버 노조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임원 A씨와 미팅할 때마다 자신이 무능한 존재로 느껴지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아 괴롭다. 계속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나? 다른 방법은 없을까?" (2021년 3월 26일)

최근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숨진 네이버 직원은 상급자로부터의 모욕적인 언행과 과로에 지속해서 시달리며 괴로운 심정을 주변인들에게 이같이 털어놨다.

7일 네이버 노동조합이 공동성명을 통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부터 심야·휴일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해왔다. 특히 지난달 출시된 내비게이션 서비스 개발을 위해 1월부터 고강도 업무에 내몰렸다.

그는 지난 1월 단체 메신저 채팅방에서 "두달짜리 업무가 매일 떨어지고 있어서 매니징(관리)하기 어렵다"고 했다. 3월에도 "장애 터져서 3일 동안 죽을 뻔 했네요" 등의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고인이 소속된 팀에 신규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오히려 퇴사자가 생겼다.

지난해 8~9월 잇달아 팀원이 회사를 떠나자 고인 상급자 임원 A씨는 지난해 10월 한 회의에서 "팀원이 이직하면 OO님(고인)은 나한테 죽어요라고 말했다"고 노조측은 전했다.

이에 고인은 동료에게 "인력 부족으로 충원해도 모자랄 판에 (임원 A씨) 팀원들의 이탈을 부추겨 스트레스가 많다"고 하소연했다고 전해졌다.

임원 A씨가 습관적으로 모욕적인 언행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달 한 회의에서 고인의 의견에 임원 A씨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면박을 준 뒤 5분 후에 이와 동일한 내용으로 프로젝트 과제를 진행하자고 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미나 네이버 노조 사무장은 "임원 A씨는 동료에게 일주일 내로 이력서 100장을 받아오라고 한 뒤 이력서 2장을 가져오자 '농담 식으로 일을 한다'며 크게 화를 냈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동료의 배를 꼬집으며 '살을 빼지 않으면 밥을 사달라'는 모욕적인 언행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사무장은 "2019년 이후 2년 반이 지나도록 회사의 조치는 단 하나도 없었다"며 "고인이 겪어야 했을 괴로움에 더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상실감, 학습된 무기력이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조는 분당 사옥 1층에 임시 분향소를 마련했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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