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사람을 버리면 안 되지.'

이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기독교 변증과 비교종교학을 공부했습니다. 인간 사회에 있는 다양한 종교 가운데서 기독교의 필요성을 말하기 위해, 경계에서 보면 기독교 밖의 그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공부했습니다.

이 땅에 태어난 순간부터 제 삶에 내장돼 있는데도, 여태껏 풀지 못한 물음이 있습니다. 이것들을 성령님의 인도하심으로 이겨내는 삶을 살면서, 저를 설득하기 위해 얼마 전부터 공부 방향을 바꿨습니다. 풀어낼 수 있으면 좋지만 그럴 수 없으면 물음이 아니라 고통이 됩니다. 이때는 풀어낼 수 없는 고통과 더불어 사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삶이 오아시스 없는 사막처럼 됩니다.

히브리어 샤마(순종하다)에는 '자기가 자기를 설득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이는 동작이 주어 자신에게 돌아가는 재귀적 용법으로, 순종을 설명하는 대상이 먼저는 자신이 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자기가 자신을 잘 설득해야 성경에서 말한 순종의 파노라마를 펼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독교 신앙에서 말한 순종은 하나님이 두려워서 강압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고, 자기를 잘 설득해서 나타나는 인격적이고 자발적인 행위입니다.

자신에게서 나온 진정한 동의 없이 이뤄진 복종은 성경에서 말한 순종과 다릅니다. 자신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는데 남에게 순종의 십자가에 관해 증언할 수 없습니다.

▲정이신 논설위원
▲정이신 논설위원

순종의 미덕을 통해 기독교를 변증하려면, 부조리한 세상과 자애롭고 정의로운 교회를 먼저 비교해야 합니다.

이어서 육신을 벗고 난 후 가게 될 하나님의 영원한 나라와 이 둘을 대비시켜야 하는데, 이때 현재가 중요합니다. 만약 기독교 변증이 현재를 무시하고, 미래에 펼쳐질 하나님의 영원한 나라가 전해줄 영광만 설파하면 반쪽짜리가 됩니다.

또 올바른 기독교 변증을 위해서는 '아이(I)'와 '미(Me)' 사이의 긴장 관계를 늘 유지해야 합니다. 현재의 세상과 교회에 내가 포함돼 있기에, 내가(I) 변증의 관찰자이면서 동시에 변증에 포함된 관찰 대상자(Me: 나를)라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

내가 성경에서 말한 기독교인이 되는 걸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내게 주어진 십자가를 거부하지 않도록 나를 설득하지 못하면 변증이 궤도를 벗어나게 되고, 비성경적인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궤변이 됩니다.

주변이 시끄러워 눈을 돌려 보니 한국교회가 내는 지저분한 소리였습니다. 모 교단은 '○○목사'라고 불리는 J목사가 총회장으로 있었던 교단과 통합하려다 실패했고, 이때 통합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험한 소리를 냈습니다.

또 일부 교단들의 연합본부라고 자칭하는 곳에서는 연합회에 속한 교단들이 문제가 있다고 판정한 사이비·이단을 정당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총회장이 주도해서 사면했습니다.

건물이 커지면 교회가 작은 공동체들의 모임이 아니라, 정치세력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작은 교회 운동, 공동체 교회 운동을 지향하는 제게 이런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일은 슬픔입니다. 왜 건물이 커져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총회장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제 한국교회의 일부인 제가 기독교인이면서 목사로 사는 이유를 제게 먼저 변증해야 하는 처지까지 됐습니다. 그래서 공부 방향을 바꿨고, 교우들과 합의해서 초교파 교회로 지내기로 했습니다. 세계에 편만해 있는 기독교의 흐름을 지켜보다가 이렇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교우들과 같이 공동체의 사역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부조리가 차고 넘치는 이 세상에서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건 분명히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서 성경에서 말한 온몸을 덮는 갑옷이 필요합니다(에베소서 6:11). 더불어 기독교에 대한 올바른 변증이 필요하고, 이 방향에 대한 숙고가 필요합니다. 기독교 경계에서 비교종교학의 창을 통해 멀리 내다보며 배운 게 이것입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한양대 전기공학과 졸업 △백석대 신학대학원 졸업 △아나돗학교 대표간사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세이프타임즈에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 연재, 칼럼집 <아나돗편지(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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