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한 남성이 오전 1시 36분쯤 119 구급차에 실려 A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소변기에 대변을 보거나 바닥에 토하며 뒹굴었다. 동행한 부인 조차도 통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응급실 당직의사는 단순하게 코피를 흘리는 취객 환자로 봤다. 의사는 환자가 술이 깬 뒤에 진료를 하려고 했다.

진료기록부에 '술취한 상태(Drunken)'라고 기록했다. 그리곤 "남편이 술이 많이 취해 치료할 수가 없다"며 "술이 깨면 병원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부인도 의사의 지시에 따라 오전 4시 3분쯤 퇴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5시쯤 퇴근 한 부인은 환자가 숨을 거칠게 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119 구급차로 A병원으로 다시 옮겼다.

응급실 퇴원후 13시간이 지난 같은 날 오후 5시 51분 쯤 환자는 두개골 외상에 의한 뇌출혈로 결국 사망했다.

대법원은 응급실 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금고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대법원 2018도3268)했다.

"최초 병원 내원시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소견을 인용했다.

▲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M협회도 "의사가 보호자에게 뇌 CT 촬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최대한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감정했다.

이에 대해 의사는 "만취해 진료를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며 "보호자에게 술에서 깨면 내원하라고 했기 때문에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뒤 퇴원하기까지 2시간30분동안 아무런 치료나 처치를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단순한 취객으로 오인, CT촬영 등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호자에게 뇌출혈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없이 퇴원토록 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환자가 술이 깨자마자 병원에 오지 않을 경우 미칠 영향을 설명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며 "보호자가 환자만 남겨 두고 출근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부연했다.

환자는 의사로부터 상태를 정확히 듣지 않는다면 '심각한 정도'를 제대로 알 수 없다. 그로 인한 좋지 않은 결과에 따른 책임은 의료인이 져야 한다.

■ 오지은 전문위원·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근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심사관 역임 △경찰수사연수원 보건의료범죄수사과정 교수 △금융감독원‧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위원 △질병관리청‧서울시간호사회‧조산협회‧보건교사회‧간호대학학생협회 고문 

☞ 유튜브 오변의 TMI (www.youtube.com/channel/UCwNuyGUmQl8Kx7XBxXSAM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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