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모든 법적 다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증거다. 의료사건에서 제일 중요한 건 당연히 의무기록이다.

중환자실 간호사로서 임상경험이 5년 정도 되다보니 의무기록을 보면 머릿속에 영화처럼 펼쳐진다. 변호사로서의 경험이 간호사로서의 경험을 넘어서고 보니, 그 상황들에 관한 법적인 쟁점들도 머릿속에 스쳐간다.

의료사고의 어느 지점에서 환자측은 억울할 것인지, 의료진이 안타까울 것인지 등의 기록이 있으면 얼추 파악이 된다(기록이 제대로 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서).

그렇기 때문에 사건 진행이 어떻게 될지도 대략적으로 예상이 된다. 그럼에도 의료사고에 관한 책임여부는 단언하기 어렵다.

의료사고가 무엇인지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제2조 제1호에서 정하고 있다.

보건의료인이 환자에 대해 실시하는 진단·검사·치료·의약품의 처방 및 조제 등의 행위(의료행위)로 인해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대하여 피해가 발생한 경우를 '의료사고'라 한다.

의료사고에 관해 책임을 물으려면 우선 과실이 있어야 한다. 의료분쟁조정법에도 의료과실에 관한 정의는 없다. 그렇다면 의료사고에 관한 책임여부는, 그 사고에 과실이 있었음은 누가 정하는가.

법관이다. 법원은 의료사건에 관해 제3의 의료기관에 감정소견을 요청하고 그 결과 등을 확인한 후, 법관이 다른 증거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사고에 관한 책임 여부와 책임 정도를 결정한다.

대법원은 법관이 제3의 의료기관의 감정소견 등을 확인하는 것이 그 특별한 지식, 경험을 이용하는 데 불과한 것이라고 한다(대법원 1998.7.24.선고 98다12270판결 등). 아무리 법관이라 하더라도 의료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료가 사회를 벗어나 존재할 수는 없다. 위 판결을 비롯한 많은 판결들을 통해 확립된 점은 법관이 의료과실과 의료사건에서의 책임에 관해 판단한다는 점이다.

비록 감정절차를 진행한 의료기관의 회보결과에 의료과오 유무에 관한 견해가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법관은 그 견해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대법원 1998.7.24. 선고 98다12270판결 등). 만약 그대로 따른다면 법관이 아닌 제3의 의사에게 재판받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법관이 제3의 의사에게 감정을 촉탁하는 절차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한 의료기관에서 어떠한 점이 잘못되었던 것인지' 등을 묻는 감정신청은 환자 측에서 해야 한다. 그래서 의무기록을 볼 줄 아는 변호사가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의료소송은 어렵다.

의료와 법은 전문적이라는 점이 같지만 각각은 완전히 다르다. 양쪽의 대척점의 중간에 놓이는 것이 의료사건이라 할 수 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쳐 결론내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에 법관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사건으로 몸과 마음이 다친 경우는 회복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그렇기에 소송 등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안타깝지만 싸우는 것 자체를 독려하기 어렵다.

그러나 어렵게 결정해 소송 등의 법적해결절차를 택한다면 법관을 설득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판결은 의사가 아닌 법관이 하기 때문이다. 소송은 법관을 바라보며 하는 것이다.

■ 오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근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심사관 역임 △금융감독원‧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위원 △질병관리청‧서울시간호사회‧조산협회‧보건교사회‧간호대학학생협회 고문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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