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맑음' 출판

▲ 관현악단 단원들의 연주가 하나돼 아름다운 하모니가 만들어진다. ⓒ 빈 필하모닉 홈페이지
▲ 관현악단 단원들의 연주가 하나돼 아름다운 하모니가 만들어진다. ⓒ 빈 필하모닉 홈페이지

교향곡 연주회를 떠올려 보자. 관현악단의 각 단원들은 자신의 작은 악기에 최선을 다한다. 때로 내가 맡은 일이 너무 보잘 것 없지 않은가 동료와 비교하며 회의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관객들은 그들 각각의 연주를 하나된 아름다운 하모니로 듣는다. 단원들도 그들의 연주가 아름답다는 것을 안다. 듣는 사람이 없을 지라도.

인생이란 무엇일까. 나의 작고 초라한 삶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살다 보면 먹먹한 회의가 몰려와 가슴을 공허함으로 채울 때가 있다. 코로나시대 우린 점점 더 자주 해답없는 상념에 빠져든다.

여기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며 생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 한 남자가 해답을 찾으며 걸어온 여정이 있다. 우리 눈을 들게 해 함께 이 세계를 살아내는 동료들의 치열한 삶의 흔적들로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작가는 세계일보 문화선임기자로 "헛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 때 다른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나의 삶 나의 길' 인터뷰를 진행하며 대학 총장, 병원장, 연예인 등 많은 인사를 만났다.

누가봐도 성공한 이들이지만 그들 역시 "좌절과 분노, 열등감과 회한에 몸서리를 치는 순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란 찰리 채플린의 말을 실감케 했다.

누구나 마음 속에 삼라만상을 품고 산다. 그럼에도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기 앞에 닥친 크고 작은 고비를 넘기며 인류애를 실천할 때 그를 통해 주변에 선한 영향력이 흘러간다.

이들이 있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따뜻하고 맑고 희망적이다.

2018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저자가 만난 22명이 걸어온 길과 삶을 담고 있다.

저자가 처음 인터뷰한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회장은 한국 최초의 휠체어 장애인 대학생이자 방송인이다. 지체장애 1급인 그는 한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와 왼팔을 못쓴다.

그럼에도 그는 늘 웃는다. 어릴 적 어머니가 "너 같은 장애아를 보면 사람들이 불쌍해하며 불편해한다. 그런 사람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웃어야 한다'고 웃는 연습을 시켰다"는데, 본능이나 다름없는 미소는 그의 심벌마크가 됐다.

그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 없는 법과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그리고 장애인 누구라도 주류사회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날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국민 MC' 송해 선생은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어디를 가나 항상 나이를 내려놓는다. '전국노래자랑' 30년을 하면서 연출가 300여명을 겪었지만 그들에게 맞추고 양보해왔다고 한다.

"90년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 버렸다. 하루하루가 금쪽같아요. 다들 양보하고 웃으며 사세요. 싸울 일이 있어도 피하세요." 그가 말하는 영원한 현역의 비결이다.

배고프던 어린 시절 단돈 7만원을 들고 상경, 의수족 기술을 배워 보장구업체 사장이 된 선동윤 서울의지 대표는 20여 년간 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고 있다.

탈북장애인 의족 지원, 절단장애인 히말라야 백두산 원정 지원, 동남아 절단장애인 지원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그간 6만여 장애인에게 의수족을 만들어준 그는 '장애인이 행복한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말한다.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전문직업인의 봉사정신을 실천하는 글로벌 명사다. 안면윤곽 수술계 최고 권위자다. 

그는 1996년부터 매년 베트남을 찾아 태어날 때부터 입술이 갈라지는 구순이나 입천장이 갈라지는 구개열 등의 얼굴 기형을 앓는 어린이들에게 24년째 무료수술을 해주고 있다. 베트남 의료계에선 박항서 축구 감독보다 유명하다.

저자 박태해 세계일보 문화체육부장은 25일 "만난 한분 한분이 모두 혼탁한 세상을 맑고 따뜻하게 했다"며 "각자의 영역에서 향기를 뿜으며 주변에 위안과 희망을 주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독자들이 작은 용기와 지혜를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박태해 세계일보 문화부장이 만난 사람들

1. 류수노 - 중졸 출신으로 대학 총장 올라… 흙수저의 인간승리
2. 송혜진 - 국악은 한국음악의 결정체… 대중화 이끄는 전도사
3. 김명자 - 과학계 유리천장 깬 슈퍼우먼… 이번 상대는 팬데믹
4. 송해 - 눈물 반 노래 반 내 인생은 딩동댕… 양보하고 웃으며 사세요
5. 한대수 – 팬데믹 세상 위로할 마음의 백신은 사랑과 평화의 노래
6. 방귀희 – 1만 장애예술인 창작 지원 위해 뛰는 미소 천사
7. 선동윤 - 장애인 6만 명에 새 삶… 회사 이름에 불굴의 의지 담겼죠
8. 왕소영 - 편견 딛고 재능 꽃피게 도와 … 발달장애 가정에 희망 보이고파
9. 황의록 - 그림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경영학자서 화가 후원자로
10. 김호석 – 닥나무 삶고 말리고 두들기고… 한지에 삶·꿈 담았다
11. 박영관 - 심장 수술 한 우물 … 북한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여생 바칠 터
12. 김한겸 - 호기심이 저를 키웠죠… 끊임없이 새로움 찾는 현대판 노마드
13. 채종일 – 기생충은 인류의 적 아냐… 질병치료의 새 가능성 열어줄 친구
14. 백롱민 - 국내외 얼굴 기형 어린이 수천 명 무료 수술한 '글로벌 선의'
15. 박귀원 - 고희 넘기고도 아픈 아이들과 울고 웃는 '소아외과 대모'
16. 신준식 - 30여 년 추나요법 연구·보급 전력… 건강보험 적용 산파 역할
17. 정태섭 - 국내 엑스레이 아트 개척… 인생 2막 즐기는 별난 의사
18. 권준수 - 정신질환자의 인권·삶의 질 위해 30년 외쳤다
19. 한승경 - '한국판 쉰들러' 현봉학 박사의 자유·민족애 계승해야
20. 김동진 - 독립 외치던 푸른 눈의 헐버트… 개화기 한국 문명화의 선구자
21. 이대로 - 영어 섞어 쓰면 멋지나요?… 한글이 빛나야 겨레도 빛나죠
22. 최홍식 - 조부 '외솔' 정신 이어… 음성의학적으로 훈민정음 원리 연구

▲ 박태해 세계일보 문화체육부장.
▲ 박태해 세계일보 문화체육부장.

◇ 지은이 박태해  

29년차 언론인. 세계일보에서 사회·문화 분야 일을 주로 했다.  세계일보 문화부장, 사회2부장, 논설위원, 문화선임기자를 거쳐 현재 문화체육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녹색언론인상(2005년), 한국장애인인권상(2014년), 근로평화상(2014년), 대한민국의학기자상(2018년)을 수상했다. 수년 전부터 치열한 삶을 살아온 인물 탐구를 통해 삶의 전범을 모색하고 있으며 문화예술 저변 확대와 정신건강도 주 관심사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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