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등 115곳 폐점 3천명 직장 잃어
지방발령 후 '퇴사압박'에 목숨까지 끊어

▲ 롯데그룹 민주노조 협의회는 19일 롯데백화점 본점 정문에서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신승민 기자
▲ 롯데그룹 민주노조 협의회는 19일 롯데백화점 본점 정문에서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신승민 기자

매서운 추위에 몸이 절로 떨리는 19일 오전 10시 롯데백화점 본점 정문 앞.

계열사 소속 노동자들의 현실을 폭로하고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손 팻말을 들고 모여들었다. 

롯데그룹 민주노조 협의회는 기자회견에 앞서 19일 영결식을 거행한 고 백기완 선생을 추모했다. 

이들은 "롯데는 국내 유통 5위의 재벌기업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에 인원감축, 비용절감, 구조조정 등으로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롯데쇼핑이 지난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백화점, 마트, 롭스 등 매장 115곳을 폐점, 3000여명의 노동자를 구조조정했다고 밝혔다.

또 '사원공유제'라는 미명하에 노동자를 다른 계열사로 인사발령하는 '노동유연화'를 하고 있다.

강규형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롯데그룹은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크를 이어 받은 이현숙 롯데마트지부 위원장은 "일산 킨텍스점 폐점 후 노동자들이 근처 지점 배치를 요구하자 서초, 영종도 등 거리가 먼 곳으로 보냈다"며 "무기계약직 여성들이 4시간 동안 출퇴근이 힘들어 (회사를) 그만두자 사측은 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회사 측에서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퇴사를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원공유제에 대해서도 "노동자들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계열사 파견이 진행되고 있다"며 "지원공고 형식이지만 제도가 더 확대됐다면 다른 계열사로 갔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룹경영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노동자들 때문이 아니다"며 "신동빈 회장은 지금 모래성 무너뜨리 듯 (마트를) 폐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가운데)이 19일 롯데그룹 민주노조협의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신승민 기자
▲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가운데)이 19일 롯데그룹 민주노조협의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신승민 기자

최영철 롯데백화점지회장도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직원들의 피와 땀의 희생으로 백화점이 1등으로 올라선 것을 벌써 잊었느냐"며 "최근 10여년간 백화점 경영진의 잘못된 투자 전략 등으로 뒤처지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영진은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며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급여, 복지 등의 감소로 되레 이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 "성과금 미지급, 기본급 5% 추가 삭감 등이 계속된다면 몇 년 후에는 최저시급으로 근무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진 반면 오너는 몇 년간 역대 최고 연봉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노조는 특히 롯데면세점이 코로나19를 핑계로 노동자들을 멋대로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금주 롯데면세점 노조위원장은 "사측이 무급휴직과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하고 있다"며 "365일 영업을 하고 있지만 휴일근무수당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갑작스럽게 호봉제를 폐지한 후 연봉제를 도입하면서 임금을 동결하는 등 악질적인 노무관리가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달 말 인천공항 1터미널의 영업종료로 또 하나의 매장이 폐점된다. 하지만 잉여인원에 대해 사측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롯데하이마트도 별반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노동자들에게 희망퇴직 권유나 대기발령 인사까지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광진 롯데하이마트지회장은 "지난해 18개 지점이 폐점됐고 올해는 25개점이 폐점될 예정"이라며 "지점장 대기 인원만 32명이고, 희망퇴직 신청자가 적어 역량강화팀을 신설해 원거리 발령과 매출압박 등을 벌여 자진 퇴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지회장은 "한 지점장은 실적이 낮은 곳으로 발령받아 저성과자가 됐고 5개월 간 퇴직 권유도 받았다"며 "지방근무 후 서울 발령때도 폐점이 확정된 곳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회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롯데가 그토록 강조하는 가족·사랑·실천에 대해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회사가 주는 스트레스로 2명의 지점장이 뇌출혈로 쓰러졌고, 1명의 지점장은 사망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롯데그룹의 악랄함을 말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는 한성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그룹은 단 한번도 노동자들과 이익을 공유한 적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노총은 롯데가 구조조정을 계속한다면 함께 끝까지 투쟁해 반드시 승리겠다"며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 세이프타임즈 

▲ 롯데 노조 관계자가 19일 롯데백화점 본점 정문에서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신승민 기자
▲ 롯데 노조 관계자가 19일 롯데백화점 본점 정문에서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신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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