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었던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도 지나면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땅 속은 봄의 전령을 노크하고 있다. 제주엔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 

가사(歌辭) '수심가'에 "우수 경칩에 대동강이 풀리더니 정든 님 말씀에요 내 속 풀리누나"라는 대목이 있듯이 우리 가곡 '강이 풀리면'이란 노래에도 "강이 풀리면 기다리던 님도 오겠지~" 라는 노래가 있다.


강이 풀리면 배가 오겠지/배가 오면은 님도 오겠지/님은 안 타도 편지야 오겠지/오늘도 강 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님이 오시면 설움도 풀리지/동지섣달 얼었던 강물도/제멋에 녹는데 왜 아니 풀릴까/오늘도 강 가서 기다리다 가노라


문명이 발달되지 않은 시절 겨울은 유독 길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귀 기울이며 봄을 기다린다. 긴긴 겨울밤을 전기도 들지 않은 호롱불 아래서 우리 민족은 오늘의 저력을 길러왔다.

문학과 음악은 긴 겨울밤을 통해 다듬어 내 꽃을 피워왔다. 우리민족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선 이유로 사계절이 선명한 땅에서 태어난 지리적인 후덕을 입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파인 김동환(1901~6·25 납북) 역시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 소리를 듣고, 강물을 바라보며 긴 겨울을 보내며 봄을 그리워 했나보다.

그는 일본 도요대학 재학 중이던 1923년 9월 관동대지진이 일어나자 학업을 중단, 귀국해 금성지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 향토색 짙은 서정시를 많이 남겼다.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산 너머 남촌에는'는 대중가요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시가 아니라 시어 자체가 운율을 지닌 노래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로 활약하기도 했더는 그는 <삼천리(1929)>라는 종합 매거진을 발간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6·25때 납북돼 더 이상 그의 향토색 짙은 시를 접할 수가 없었다.

또 하나의 명시 '강이 풀리면'은 긴 겨울동안 오직 봄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대춘부(待春賦)다. 그래서인지 이 시에 곡을 붙인 가곡이 여러 편이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래는 작곡가 오동일의 가곡이다.

1967년 청주교대 교수로 재직 중에 이 시에 곡을 붙여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가족과 떨어져 살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시가 담고 있는 임에 대한 그리움을 잘 용해시킨 서정가곡이다.

그는 당시 청주 무심천 옆에 하숙을 하며 강을 오가며 떠오른 선율을 오선지에 담았다고 한다.

같은 시에 작곡가 서동석이 붙인 가곡 역시 깊은 정감을 자아낸다. 초등학교 교사출신인 그는 500여편의 동요와 가곡 작품이 있지만 그 명성이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작곡가다.

파인 김동환의 시  '강이 풀리면'에 붙여진 두 가곡을 함께 들어보는 것, 봄을 기다리는 모두에게 새해 새 기운을 전해 준다.

☞ 강이 풀리면(김동환 시·오동일 곡·테너 김진원) https://youtu.be/pmxACq8EQcA
☞ 강이 풀리면(김동환 시·서동석 곡·테너 임웅균) https://youtu.be/_rvYNIINX8A

▲ 박경규 논설위원
▲ 박경규 논설위원

■ 박경규 논설위원·의공학박사 △작곡가 △KBS 프로듀서 △KBS 몬트리올 PD Correspondent △국악방송본부장 △국회환경포럼 정책자문위원 △대불대·동아방송대 교수 △한국음악치료교육학회 이사 △한국예술가곡연합 명예회장 △자랑스런 대한국민대상 수상 △문화관광부 저작권심의위원 △서울시청소년미디어센터 관장 △CLI바이오소닉 CEO △시와음악포럼 회장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이사 △한국가곡방송 이사장 △가나에듀아카데미 원장 ◆저서 △건강과 음악치료 △명곡과 나 △쾌청 365 △음악클리닉 △안개꽃(작곡1집) △동강은 흐르는데(작곡2집) △연가곡집 편지(작곡3집) △가곡 대관령 등 300여곡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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