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조 수사로 찾은 문화재 ⓒ 문화재청
▲ 공조 수사로 찾은 문화재 ⓒ 문화재청

조선 제12대 임금 인종(재위 1544∼1545)이 스승 하서 김인후(1510∼1560)에게 하사한 '묵죽도'의 목판이 도난 14년 만에 회수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지능수사대와 공조수사를 통해 조선 인종 때 학자 김인후를 모신 전남 장성 필암서원에서 2006년 도난된 '하서 유묵 묵죽도판'(전남 유형문화재 제216호) 3점을 2019년 12월과 이듬해 1월에 회수했다.

필암서원은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서원 9곳 중 한 곳이다. 공조수사팀은 묵죽도 목판을 비롯해 1980년 초반 도난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창 선운사 '석씨원류' 목판 1점(전북 유형문화재 제14호)과 2008년 도난된 충북 보은 선병국 가옥(국가민속문화재 제134호)의 '무량수각 현판' 1점 등 34점을 찾아냈다.

묵죽도 목판 거래에 대한 첩보는 모 대학교수가 한 문화재 매매업자로부터 묵죽도를 구입하려다 2019년 7월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에 확인을 요청해오며 입수됐다.

한상진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장은 "공조수사팀이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매매업자의 집과 사무실, 은닉장소 등을 압수수색했고, 묵죽도 목판을 비롯해 시·도지정문화재 등이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과정에서는 지정문화재 외에 충남 무량사 목조불좌상 2점과 원각경 목판 1점, 청음선생 연보 목판 2점, 괴헌집 목판 3점, 성오당선생문집부록 목판 1점, 기자지 목판 1점, 하려선생문집 목판 4점, 동연학칙 목판 4점 등의 도난문화재가 확인됐다. 이 중에는 개인이나 박물관으로 판매된 문화재도 있었다.

한상진 반장은 "문화재보호법 제92조(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에 따르면 도난 신고된 문화재의 매매는 금지돼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 문화재 매매업자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하서 유묵 목판은 김인후와 관련된 문서들을 새긴 목판으로, 모두 56판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회수된 목판은 인종이 김인후에게 하사한 묵죽도를 새긴 목판으로 1568년(선조 1년)과 1770년(영조 46년)에 제작됐다. 골짜기에서 하늘을 향해 솟아난 대나무 그림이 담겨 있다.

어릴 때부터 문장에 뛰어났던 김인후는 31세인 1540년 대과에 급제했고 세자(훗날 인종)를 교육하는 기관인 세자시강원의 설서(정7품)가 됐다. 세자보다 5살이 많은 김인후는 스승으로서 세자에게 유교 정치의 이상에 대해 설파했고, 둘은 절친이 됐다.

인종은 생후 7일 만에 친모 장경왕후(1491∼1515)를 잃고, 1520년(중종 15년) 책봉 이후 세자의 신분으로 25년간을 지냈다. 새어머니 문정왕후(1501∼1565)에게 아들(경원대군·훗날 명종)이 있어 인종의 세자 생활은 바람 앞의 등불과 같았다.

세자는 스승이자 절친으로서 의지했던 김인후에게 배 3알과 성리학의 전범인 '주자대전', 묵죽도를 선물했다. 묵죽도는 세자가 직접 비단에 그려 하사한 그림으로, 김인후는 이 그림에 충성을 맹세하는 시를 남겼다. 하지만 인종은 재위 8개월 만에 갑자기 승하하고, 하서는 고향에 돌아가 성리학 연구와 글쓰기에 몰두했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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