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흔히 제갈량의 묘책으로 알고 있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는 초한지 배경이 되는 '초한 쟁패기'에 먼저 등장했다.

한신은 유방, 항우와 맞설 만한 세력을 갖고 있었지만, 유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신의 모사 괴철은 한신에게 유방으로부터 독립, 중립국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유방-항우-한신'의 힘을 '정족지세(鼎足之勢)'로 만들면 삼국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계책이었다.

정치적 판단력이 부족했던 한신은 "유방을 배신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괴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지금의 중화민국(中華民國)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한신의 판단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한신을 묶어두는 유방의 절묘한 정치력이 한 몫 했다고 볼 수 있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는 '조조-손권-유비'를 축으로 한다. 힘을 세 축으로 나누면 절대강자가 등장하기 어렵고, 형세를 안정시킬 수 있다. 솥에 발이 두 개면 무너지지만 세 개면 설 수 있는 이치와 같다. 이같은 형국을 유지하다가 때를 봐 천하를 통일한다는 제갈량의 구상은 유비측에서는 절묘한 계책이다.

지난해 추미애 장관의 등장으로 법무부와 검찰은 강대강으로 치달았다. 상급기관인 법무부와 외청인 검찰청이 힘대결을 한다는 게 우습지만 현실이 그랬다. 결국 이러한 갈등은 윤석열 총장이 일부에서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 1위를 거머쥐며 엉뚱한 방향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행정부 소속이지만 야권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 윤 총장은 일단 야권 후보로 인식된다. 여권에서는 이낙연 전 총리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양강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윤 총장의 선전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는 그리 손해가 되지 않는다. 본래 임기말은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많이 빠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건재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통령의 권력 누수를 막는 일등공신은 윤 총장이다.

민주당에서 절대 강자가 차기 후보로 치고 나온다면 대통령 권력은 비례해서 소멸한다. 더욱이 두 명이나 존재하고 있다면 권력의 축은 급격히 쏠리게 마련이다. 윤 총장이 교묘하게 한 축을 받혀주고 있다. '민주당 두 사람이 절대적 대안은 아니다'는 경고까지 덤으로 안겨주고 있다.

야당의 체면도 말이 아니다. 윤 총장의 등장으로 야당 유력후보는 전멸하다시피 하고 있다. 윤 총장이 야당 후보로 등판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설령 야당후보로 간다고 해도 선뜻 대표주자로 내세울 명분도 체면도 없다.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공무원 출신이라는 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전과 거리가 먼 대선후보도 여론조사는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선거는 다분히 호감도만이 아니라, 정치적 기반과 당내 지원 등 여러 가지가 함께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윤 총장의 지지도는 신기루일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의 선전은 여당의 선두주자와 레임덕을 관리하는 청와대 부담을 상당히 줄여준 것은 사실이다.

추미애 후임으로 박범계 의원이 내정됐다. 윤 총장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한 때 호형호제하는 사이였지만,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로 돌아서게 됐다. 지난 청문회에서는 서로 날을 세우기도 했다. 사이가 좋을 가능성보다는 힘겨루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박 의원의 등판이 검찰개혁을 위한 '드라이브'인지 '삼분지계'를 그리는 청와대의 큰 그림인지 궁금해진다. ⓒ 세이프타임즈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