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형주·충남대 수의학과 1학년
▲ 서형주·충남대 수의학과 1학년

지난해 12월 코로나19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도 확진자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국내에서 1일 신규 확진이 1000명을 넘어서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화이자와 얀센 등이 백신을 개발했지만 코로나 종식일은 아직 미지수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3년을 지내면서 3월이라는 새 학기를 맞이했다. 새 학기는 항상 설렘과 긴장감을 가져온다.

2020년 새 학기는 더욱 특별하다. 성인이 되고 대학교에서 처음 맞이하는 학기였다. 나고 자랐던 동네에서 벗어나 전국 곳곳에서 모여든 동기들, 그리고 선배들과 마주할 학기였다. 그럴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OT나 새내기 배움터를 갈 기회는커녕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들을 기회조차 앗아가 버렸다. 캠퍼스는 1학기 기말고사를 대면으로 치르기 위해 6월이나 되어 갈 수 있었다. 단톡방에 존재하는 이름 세 글자만이 동기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학교나 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올 한 해 동안 수업은 비대면으로 이루어졌다. 사이버캠퍼스에 업로드된 자료를 통해 학습하거나 줌(ZOOM)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강의를 들었다. 사이버캠퍼스를 통해 학습하는 경우에는 원하는 시간대에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나태해지거나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갖게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줌을 활용한 실시간 강의는 제때 수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인터넷 접속 문제로 인해 원활한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답답한 경험도 있었다.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르기 위해 대학에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잔뜩 긴장해야 했다.

길을 잃을까 봐 지도 앱에 눈을 고정한 채 캠퍼스를 거닐어야 했다. 시험일에는 너무 일찍 출발, 오히려 시험 시각까지 한참 동안 대기해야 했다. 영상으로 뵈었던, 혹은 목소리만 들었던 교수님의 실제 모습은 시험 당일이나 돼서야 볼 수 있었다.

한 학기 내내 수업을 들었지만 얼굴 한 번 뵙지 못한 교수님도 계셨다. 물론 1년 내내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동기의 수는 훨씬 많았다.

평소 특정 날짜나 사건에 크게 의미부여 하지 않으며 살아왔다. 2019년에서 2020년으로 넘어가는 순간도 단지 수많은 하루 중 하나일 뿐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고교 졸업식을 일반적인 종업식처럼 교실 내에서 진행하는 것에도 어떠한 아쉬움이 없었다.

그럼에도 2020년을 돌아보니 허무함만이 남아 있었다. 다른 해도 아닌 2020년의 스무 살이었다. 수험 생활 동안 그토록 기대하던 대학 생활의 첫걸음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 버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마치 고등학교의 연장선 위를 걷는 듯했다. 정신적으로 미성년자 시절과 추호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커다란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19를 핑계로 시간을 헛되이 보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기준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5만5000명, 사망자는 700명을 훌쩍 넘어섰다. 또한 며칠째 하루에 1000명의 신규 확진자가 누적되고 있다.

전 국민이 힘을 합쳐 코로나 방역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 상황은 어떠한가. 서로 뭉치기는커녕 편을 갈라 싸우고 있다. 사회 계층, 성별, 종교 등의 영역에서 이분법적인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쟁이 논점에서 벗어나 서로를 향한 무분별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와중에 우리는 진정으로 중요한 사실을 망각한다. 지금 맞서야 할 대상은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닌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병원체다. 힘을 합쳐야 할 국민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선 안 된다. 국민을 쪼개어 자신의 입지를 견고히 할 벽돌로 삼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대학생이 됐음에도 대학에 가지 못한 20학번은 '코로나 학번'이라는 썩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안타깝지만 현 추세에 미루어 본다면 코로나 학번은 20학번만의 별명으로 남지 않을 것이다.

2021년에도 대부분 대학의 비대면 수업이 예상된다. 갈수록 증가하는 확진자와 반비례하게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감소한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코로나는 완치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회복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남긴다.

전례 없는 취업난, 자영업자의 폐업, 그리고 국가 부채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코로나 시대의 후유증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코로나에 둔감해진 감각을 다시금 예민해지도록 날 세우는 것이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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