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순직소방공무원 추모식 추모사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부르는 곳이라면 자신의 한 목숨 생각하지 않고 달려간 당신은 삶의 계산이 매우 서투른 사람입니다.

희미하게 꺼져가는 한 생명이라도 더 찾기 위해 뜨거운 불길도 마다하지 않은 당신은 참으로 고집불통인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정작 자신의 가족조차 마음껏 사랑하지 못한 당신은 정말 모진 사람입니다.

어렵고 힘들어도 묵묵히 일했던 바보 같은 사람 !

식사를 하다가, 혹은 잠을 자다가도 출동벨 소리에 벌떡 일어나 뛰어나갔던 자랑스러운 당신이 바로 나의 아버지요, 아들이요, 사랑하는 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대를 많이 믿고 더욱 의지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가진 생명의 시간을 나누어 주고, 자신의 한 몸도 무거울 텐데 다른 이들을 등에 업고, 또 품에 안고 나오는 그대 덕분에 많은 이들이 절망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신께서 주신 숭고한 소명을 마무리해야하는 생사의 문턱에서 당신은 얼마나 외롭고 또 두려웠을까요?

당신과 함께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당신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보듬어 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소방관이 되겠다고 고집부릴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 모여 당신의 고귀한 선택을 존중하며, 그 숭고한 마음의 길을 따르고자 합니다.

죽음의 두려움 앞에 결코 굴복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소방관은 아무나 할 수도 없고, 또 아무나 되어서도 안 되는 일인가 봅니다.

그대들이 지켜주신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이 이제는 당신의 가족을 돌보겠습니다.

부디 출동벨이 없는 천국에서 아무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소서. 그리고 누군가가 다치거나 순직하지 않도록 하늘에서도 우리의 손을 꼭 붙잡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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