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발생시 법적인 책임을 지는 근거는 두 가지다. 의료과실로 인한 책임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책임이다.
의료과실에 관한 입증책임은 환자측에 있지만, 설명의무 위반의 입증책임은 의료진에게 있다. 환자측이 설명을 못들었다고 주장한다면 '설명했다'는 증거는 의료진이 내야 한다.
의료진이 설명을 했다는 근거. 예를 들어 동의서 등 을 제시하지 못하면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된다. 설명후 동의서를 작성하지만, 환자가 그 즉시 서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의사는 얼마나 자세히 설명해야 할까. 대법원은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그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그 발생가능성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대법원 2020.11.26. 선고 2018다217974판결).
판례를 보면 환자는 경추 추간판탈출증이 있었다. 심장 문제로 기관삽관을 이용한 전신마취를 통해 심장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양측 손의 섬세한 기능장애, 양측 하지 근력저하 등의 사지마비와 배뇨시 잔뇨가 남는 신경인성 방광 등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후유장해가 발생했다.
의학적으로 경추 추간판탈출증 등의 기왕증이 있는 환자에게 기관삽관을 이용한 전신마취를 하며 가슴부위를 올리고 머리부위를 내리는 자세로 장시간 수술을 하면, 경추부 척수병증에 따른 사지마비의 후유증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재판부는 이 사안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전신마취, 수술과 회복에 관해 예상되는 위험과 일반적인 합병증은 설명했다. 하지만 경추부 질환이 악화돼 경추부 척수병증이나 사지마비가 발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수술 후 사지마비의 후유증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지 않더라도, 일단 발생할 경우 환자에게 중대한 생명, 신체, 건강의 침해를 야기하기에 사전에 설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그 결과로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판부는 설명의 내용에 수술을 받지 않을 경우에 생길 것으로 예견되는 결과, 대체 가능한 차선의 치료방법 등도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요하고 적절한 수술인 걸 시행자인 의사는 안다. 그런데 그 수술로 인해 좋아질 권리를 선택할 수 있다면, 나빠질 위험도 환자가 감수해야 한다.
단, 그 위험을 선택할지에 관한 정보제공은 좋아질 방향을 정확히 아는 사람, 의사가 해줄 수밖에 없다. 수술에 관해선 의사가 전문가일지라도 환자의 인생에선 환자가 결정권자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이다.
■ 오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전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심사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전문위원 △질병관리청 고문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 전문위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위원 △서울시간호사회 고문 △한국직업건강협회 고문 △대한조산협회 고문 △전국보건교사회 고문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 고문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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