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여성 "매우 영광" … 간호사 "빛이 보이는 느낌"
240만명 접종 전망, 내년 4월 정상으로 돌아가기 시작

▲ 화이자 백신 접종 1호자인 마거릿 키넌
▲ 화이자 백신 접종 1호자인 마거릿 키넌

영국에서 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코로나19가 이 세상에 알려진 지 343일 만에 서방에서 개발돼 검증 과정을 거친 백신의 일반 접종이 개시된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날 오전부터 전국에서 80세 이상 노인 등을 대상으로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잉글랜드 지역에 50개 거점 병원을 지정했고 다른 지역에서도 병원을 중심으로 접종이 이뤄졌다.

백신 첫 접종자는 다음 주 91세 생일을 앞둔 마거릿 키넌. 그는 이날 오전 6시 31분(그리니치표준시·GMT) 코번트리 지역의 대학병원에서 백신을 맞았다.

'세계 1호'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접종 주인공이 된 그는 "너무나도 영광스럽다"며 내가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생일 선물을 앞당겨 받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키넌은 "한해의 대부분을 나 혼자서 보내다가 새해는 드디어 가족, 친구들과 보내는 것을 고대할 수 있게 됐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백신이 제공되면 맞으라고 조언하고 싶다"며 "아흔 살인 내가 백신을 맞을 수 있다면 당신들도 맞을 수 있다"고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백신을 접종한 간호사 메이 파슨스는 환자에게 첫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할 수 있어서 "큰 영예"라며 "이 역사적인 날에 역할을 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파슨스는 "지난 몇 달간은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일하던 이들에게 매우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제 마치 터널 끝에 빛이 보이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키넌에 이어 두 번째로 백신을 접종한 워릭셔 출신의 윌리엄 셰익스피어(81) 씨는 그의 이름 때문에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영국이 낳은 최고의 문호와 이름과 똑같다 보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로나의 두 신사'를 본떠 '독감 길들이기', '코로나의 두 신사'와 같은 말장난들이 그의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백신 접종을 마친 셰익스피어 씨의 소감을 접한 맷 행콕 보건부 장관은 ITV 뉴스와 인터뷰를 하던 도중 울컥해져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 영국 병원에 설치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
▲ 영국 병원에 설치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센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오전 일찍 트위터에서 의료종사자와 과학자, 백신 임상시험에 참가한 자원자 등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마음을 전했다.

존슨 총리는 "NHS와 백신 개발을 위해 노력한 모든 과학자, (시험에 참가한) 자원자들,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규정을 지켜준 모든 이들 덕분"이라며 " 우리는 함께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런던 가이즈 병원에 마련된 백신 접종 센터를 찾아 린 윌러(81) 씨가 센터에서 첫번째로 백신을 맞는 순간도 지켜봤다.

윌러 씨는 "영국을 위해" 백신을 맞았다고 말하자 존슨 총리는 "매우 감동적"이라고 화답했다.

존슨 총리는 취재진과 만나 "코로나19 백신이 점진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아직 코로나19를 퇴치하지 못한 만큼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영국 정부 최고과학보좌관인 패트릭 발란스 경은 코로나19가 초래한 비정상적 상황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는 시점을 내년 4월로 예상했다.

발란스 경은 이날 스카이 뉴스에 출연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장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장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앞서 영국은 벨기에에서 생산된 화이자 백신 80만회분(40만명분)를 들여와 각 병원으로 이송했다.

연내 추가로 20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400만회분이 운송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인구의 3분의 1인 2천만명이 2회분을 투여받을 수 있도록 4천만회분의 화이자 백신을 선주문했다. 대부분은 내년에 이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콕 장관은 BBC 방송에서 화이자 백신 차기 물량이 다음 주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음 주에 얼마만큼의 물량이 도착할지는 화이자의 생산 속도에 달렸다"면서 "일단 백신을 받으면 우리가 그것을 영국 전역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접종 최우선 순위에 있는 요양원에서 언제쯤 투여가 시작될 수 있을지를 질문받자 "안전하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한 빨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7일 신규 확진자가 1만4천718명에 달했고 사망자는 총 6만1천434명으로 189명 늘었다.

전 세계적으로는 지금까지 확진자 6천793만9천여명이 나왔고, 155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 영국이 세계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을 하루 앞둔 7일 국민보건서비스의 잉글랜드 담당 최고책임자인 사이먼 스티븐스 경이 런던 로얄프리 병원을 찾아 준비태세를 점검하던 중 의료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영국이 세계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을 하루 앞둔 7일 국민보건서비스의 잉글랜드 담당 최고책임자인 사이먼 스티븐스 경이 런던 로얄프리 병원을 찾아 준비태세를 점검하던 중 의료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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