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보경 기자
ⓒ 강보경 기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또 다시 '대유행' 전망이 나오서면서 '펜데믹'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펜데믹'은 현대사회에만 있을까. 세이프타임즈가 펜데믹의 과거를 되돌아 봤다.

펜데믹은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경보단계를 1∼6단계까지 나누고 있다.

WHO 설립 이전의 펜데믹은 대표적으로 흑사병, 스페인 독감, 천연두(마마) 등이 있다. 1948년 WHO 설립후 펜데믹으로 선언한 사례는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플루', 2020년 '코로나19' 등 세차례 달한다.

14세기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페스트) 역시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으로 펜데믹으로 볼 수 있다.

페스트는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매개하는 감염병으로 페스트균을 가지고 있는 벼룩이 사람을 물 때 전파된다. 흑사병은 증상에 따라 가래톳 흑사병, 패혈증형 흑사병, 폐렴형 흑사병 등으로 구분된다.

흑사병이 전파된 원인은 14세기 중반. 1347년 무렵 킵차크 군대가 제노바시를 향해 페스트 환자의 시신을 쏘아 유럽 전역에 전파됐다는 것이 통설로 알려져 있다. 페스트는 5000만명에 달하는 유럽인을 숨지게 했다.

서유럽의 인구는 16세기가 돼서 흑사병 창궐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1664~1665년 런던 인구의 20% 정도가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19세기말 중국도 고초를 겪었다.

페스트는 19세기 말 파스퇴르가 발병 원인과 치료법을 개발하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듯 했지만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발생 사례가 나오고 있다.

▲ 아스도의 흑사병(흑사병에 걸린 펠리시테 사람들) ⓒ 니콜라 푸생 작품
▲ 아스도의 흑사병(흑사병에 걸린 펠리시테 사람들) ⓒ 니콜라 푸생 작품

1918년 세계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은 정확히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스페인이 바이러스 발원지는 아니었지만 언론이 사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독감이 처음 보고된 것은 1918년 초여름. 프랑스에 주둔하던 미군 병영에서 독감 환자가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어 주목을 끌지는 못했다. 같은 해 8월 첫 사망자가 나오고 이 때부터 급속하게 번지면서 치명적인 독감으로 발전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군들이 귀환하면서 9월 미국으로 확산됐다. 미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지 한달 만에 2만4000명의 미군이 독감으로 죽고 50만명의 미국인들이 사망했다.

1919년 봄. 영국에서만 15만명이 죽고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2500만~5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간이 지나 2005년 미국의 한 연구팀이 알래스카에 묻혀 있던 한 여성의 폐 조직에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를 분리해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A형(H1N1)으로 확인됐다.

조선에서는 스페인 독감을 '무오년 독감'이라고 불렸다. 무오년은 3·1운동이 있었던 1919년 기미년 전 즉 1918년을 말한다. 당시 조선 백성은 1700만명으로 740만명이 감염됐다. 이 가운데 14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범 김구 선생 역시 스페인 독감을 피하지는 못했다. 백범일지에 '병원이란 곳에는 혹을 떼러 제중원에 1개월', '상해에 온 후 서반아(스페인) 감기로 20일 동안 치료한 것 뿐'이라고 기록돼 있다.

▲ 김상옥 초상화. 얼굴에 천연두 흉터가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 김상옥 초상화. 얼굴에 천연두 흉터가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를 뒤흔들었던 스페인 독감후 조선에게 다가올 또 하나의 역병이 있었다. 천연두다. 기원은 이집트 람세스 5세의 미라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발열, 오한, 구토로 시작해 목과 입안에 고름이 차고 부풀어 고열로 이어진다. 고름 자국은 흉터로 남게 되며 죽을 때 흉하게 죽어 손님, 마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조선후기 알 수 없는 기상이변으로 흉년이 들고 식량 부족으로 배고픔을 호소하는 고난의 시기가 있었다. 조선 정부는 이러한 대책으로 진휼청이라는 상설기구를 둬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눠줬다.

그러나 지방은 운영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서울에서 운영이 되고 있어 백성들이 상경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천연두가 퍼지게 됐다.

정약용과 박제가가 천연두의 백신을 위해 연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조가 승하하는 시기에 세력싸움으로 천주교인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두 학자가 체포돼 연구가 중단됐다.

뒤를 이어 지석영 선생이 천연두 퇴치에 기여한다. 지석영 선생은 일본에서 종두법 소책을 가져와 소개했다. 부산 제생의원에 일본 학자들이 활동한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을 걸쳐 걸어서 부산으로 가게 된다.

그는 백신 접종 방법을 두달간 배워 처남인 2살 아이에게 임상실험을 하고 그 동네 아이들 40명에게 접종했다. 성공적인 임상실험후 종두법은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된다.

홍콩독감은 1968년 7월 13일 홍콩에서 최초로 발생해 1969년 12월 일본, 아프리카, 남미로 전파됐다. 홍콩독감은 1968~1969년 계속됐으며 세계 100만명 이상의 사망을 초래했다.

증상은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면서 기침과 인후통, 호흡곤란, 전신쇠약, 코막힘 등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비말(분미물)을 직접 접촉하거나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졌을 때 주로 감염된다.

홍콩 독감이 발병한 40년 뒤인 2009년 전세계적으로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발생했다. 흔히 신종플루라 불리는 병의 정확한 명칭은 신종 인플루엔자 A(H1N1)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생긴 바이러스로 2009년 3월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서 발열, 기침과 구토로 내원한 10세 소아의 비인두 흡입검체에서 처음으로 검출됐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돼지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재조합된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환자의 호흡기로부터 기침, 재채기 등에 의해 제3자가 바이러스를 들이마실 때 감염된다. 이외 설사같은 다른 체액에 의한 전파도 가능하다.

신종플루 증상은 해마다 유행하는 계절 독감과 비슷하다. 38~40도의 고열, 근육통, 두통, 오한 등으로 나타난다. 그로부터 10년 후 2019년 12월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생했다.

▲ 대한임상병리사협회 회원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 대한임상병리사협회 회원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중국 전역과 전세계로 확산된 호흡기 질환이다. WHO는 지난 1월 9일 폐렴의 원인이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19 바이러스라고 밝히면서 병원체가 확인됐다.

지난 1월 21일 우한 의료진 15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코로나19의 사람간 감염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감염 확산세가 이어지자 WHO는 지난 1월 30일 홍콩독감, 신종플루에 이어 세 번째로 펜데믹을 선포했다.

코로나19는 감염자의 비말이 호흡기나 눈·코·입의 점막으로 침투되면서 전염된다. 국내 코로나19 발생은 지난 1월 20일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이 최초 감염자로 확진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2~14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37.5도)와 기침이나 호흡곤란 등으로 나타난다. 근육통과 피로감, 설사 등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무증상 감염 사례도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백신이나 치료제는 따로 없어 환자의 증사에 따른 대증치료(수액 보충, 해열제 등 보존적 치료)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해외 제약사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4400만명분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백신이 국내에 도입된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고 있어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바이러스들이 재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1941년 이후 79년만에 탄저병이 발생, 순록 2300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러시아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을 탄저병 재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으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탄저균에 감연된 둥물 사체가 그대로 노출돼 병이 퍼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영구동토층은 북극이나 남극에 가까운 고위도 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으며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라 급격한 환경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중국 티베트에서 만년설 속에 숨겨져 있는 1만5000년전에 고대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 또한 온난화로 인해 만년설이 녹아 발견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온난화 현상으로 극지방의 빙하과 고산지대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숨겨져 있던 바이러스들이 퍼지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또 다른 펜데믹을 겪지 않기 위해 개인 위생도 철저히 해야 하지만 자연 안에 감춰져 있는 바이러스를 다시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 ⓒ 세이프타임즈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