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우리 사회의 기존 물결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런 새로운 물결을 타는 국가는 주도권을 잡고 세상을 선도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물결을 잡지 못하면 주도권에서 멀어지게 된다. 이런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슨 역량이 필요한가. 그것은 사업가정신이다.

미국 암웨이가 발표한 국가별 기업가정신 지수(AESI·Amway Entrepreneurial Spirit Index)를 보면 한국의 순위가 급락하고 있다. 한국은 2016년 23위에서 2018년에는 33위로 불과 2년만에 10계단이나 떨어졌다.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 조지프 슘페터는 "기업가정신은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부담하고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가면서 기업을 키우려는 뚜렷한 의지"라고 했다.

다시 말해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 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기업가정신을 가진 리더들이 국가경제를 이끌었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위한 동력도 기업가정신에서 나왔다. 기업가정신이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한국이 경제대국 12위권에 든 것도 산업화 시대 기업가정신의 산물이다. 기업가정신이 강한 나라가 세계시장을 선도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4차 산업혁명은 개인의 생활방식뿐만 아니라 사회·경제·문화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여기에는 국가의 역할도 포함된다. 산업화 시대에 한국은 정부의 경제개발 계획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지금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은 국가 역할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가와 국가간, 국가와 기업간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기업이 제공하는 가치에 따라 사람들이 움직이는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사회가 되고 있다. 국가의 역할이 점점 줄어든다는 얘기다. 국가의 역할은 국방·치안·안전 등의 분야로 국한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4차 산업혁명은 국가보다는 기업이, 국가지도자보다는 기업가가 이끌어가는 사회로 앞당길 것이다. 그런 국가만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을 선도하게 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기업가정신이 살아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그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기업가정신보다는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시장의 불안정, 취업난의 가중, 사회안전망의 부족, 기업가정신의 결여 등으로 개인의 삶이 안정추구형으로 바뀌면서 너도나도 공무원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말 공무원이 110만4508명으로 빠르게 늘면서 공무원공화국이 되고 있다. 전국 시군 152곳 인구와 공무원을 집계한 결과 인구는 줄고, 공무원이 늘어난 지방자치단체가 113곳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줄어도 공무원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더 절망적인 것은 한국은 생산성 저하, 높은 원가구조, 기업규제 강화, 폐쇄적인 강성 노조문화로 점점 기업하기가 어려운 나라로 가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고 있고, 일자리는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있다. 그들은 공무원외 다른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유일하게 꿈꿔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공무원 임용시험을 준비중인 '공시족'이 대략 40~5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올해 7급과 9급 공무원 선발시험의 경쟁률은 각각 48대1과 39대1을 기록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층의 40%가 공시족인 셈이다.

공무원 조직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공무원 1명에 대한 고용유지비용은 연평균 1억800만원으로, 110만명에 대해 연간 120조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원연금 국가보전금이 2조563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2조3189억원, 2017년 2조2820억원, 2018년 2조2806억원이 들어갔다.

국가보전금이 연간 2조원을 넘는 것은 적립금은 고갈됐는데 연금 적자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퇴직공무원 연금수급자는 2018년 48만8000명에서 2019년 51만1000명으로 1년새 2만3000명 늘었다. 공무원 조직을 위해 국가가 떠안아야 할 재정부담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무원 조직은 커지고,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는 기업이 줄어들면 기업가정신은 점점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가정신이 약해지면 국가경쟁력은 떨어지고 경제성장은 멈출 것이다. 젊은이들이 꿈을 가지고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 보다는 공무원으로 몰리게 된다. 젊은이들이 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사회는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활력을 잃고 퇴보하는 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

공무원 공화국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기업가정신을 회복할 것인가 기로에 서있다. 기업가정신의 본질은 기존 틀을 부수는 것이다. 급변하는 국제사회에서 위기에 처한 한국이 글로벌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의 회복이 필수다.

개인이나 기업이 기업가정신을 회복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정부는 '경제를 성장하도록 하는 것'과 '기업규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젊은 청년들이 기업가정신을 갖게 하는 제도와 사회문화를 만드는 것도 급선무다.

청년들이 공무원 되겠다고 몰리는 사회에는 희망도 없고, 미래도 없다. 공무원 공화국은 후세에게 짐을 남길 뿐이지만 기업가정신은 후세에게 꿈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저서 △이제 개인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언어품격 △삼성 은부장의 프레젠테이션 △1등 프레젠테이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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