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정지는 '사실상 해임' 검찰독립 몰각
윤석열, 법원결정 후 40분만에 대검 출근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업무 정지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업무 정지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검찰총장의 직무배제는 사실상 해임에 가깝다"며 법원이 윤석열의 손을 들어줬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징계 청구 조치에 따라 직무가 정지됐던 윤 총장은 1일 법원이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임에 따라 총장직으로 복귀했다. 청사 출근은 직무배제 조치가 내려진 지난달 24일 이후 7일만이다.

법원은 우선 집행정지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직무 배제 명령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은 직무 정지 동안 검찰총장과 검사로서의 직무를 더는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금전적 보상이 불가능한 손해일뿐더러, 금전 보상으로는 참고 견딜 수 없는 유·무형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후에 본안 소송에서 신청인이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손해가 회복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집행정지 요건인 '긴급할 필요성'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의 효과는 신청인이 검찰총장과 검사로서의 직무 수행 권한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으로 사실상 해임·정직 등의 중징계처분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며 "효력 정지를 구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법원은 윤 총장이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말해 불거진 `부하 논란'에 대해서도 간접적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검사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에 복종함이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의 검찰,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의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 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 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신청인에 대한 직무 정지가 지속되면 검찰총장 임기만료 시까지 직무에서 배제돼 사실상 해임하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르는 바, 이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총장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윤총장은 이날 오후 5시 10분쯤 대검에서 출근하면서 "모든 분에게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이렇게 업무에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신속한 결정 내려주신 사법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추 장관에게 할 말이 없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법원의 결정후 40분만에 바로 대검으로 출근한 윤총장을 직무를 대행했던 조남관 차장 등 간부들이 1층 현관에서 맞았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지난달 24일 감찰 결과 이른바 '판사사찰'을 비롯한 6가지 혐의가 드러났다며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이에 윤 총장은 혐의가 모두 사실과 다르다며 지난달 25일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신청을 수용하며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국민의힘은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며  추 장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원 결정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장관의 윤석열 찍어내기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고, 부당함이 인정된 것"이라며 "법과 양심에 따른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렇게 무리하게 위법적인 과정을 거친 추 장관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며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도록 손을 놓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 사태에 대해 제대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법무부 감찰위원회도, 법원도 정의와 상식에 손을 들어주었다"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 다시 시작돼야 하며, 무너져버린 법치 또한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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