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식 하루 전날 무산 …"시간 더 필요하다" 어깃장

▲ 대한항공 송현동 땅
▲ 대한항공 송현동 땅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의 대한항공 사유지를 공원으로 지정해 놓고 이를 사들이기 위한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계약날짜를 특정하지 말자'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 땅의 개발이 불가능하도록 용도를 제한해 자유로운 계약이 어렵게 한 데 이어, 매매방식을 정하는 최종 합의와 협약식을 하루 앞두고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유리하게 바꾸려는 '갑질'을 시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6일 국민권익위원회·서울시·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당초 이들 세 기관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는 이날 오전 송현동 땅 매매를 위한 최종 합의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전날 서울시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무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LH공사와 대체토지를 교환하려면 우리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 사전 절차를 이행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니 그 기간을 고려해서 계약시점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서 초안에는 내년 4월 30일을 매매계약 시점으로 명시키로 돼 있었으나, 이를 `조속한 시일 내에 계약을 체결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로 바꾸자고 서울시가 요구한 것이 무산의 주된 이유로 전해졌다.

계약시점이 합의서에 명시되지 않을 경우, 송현동 땅을 조속히 현금화해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대한항공에 불리해진다.

대한항공은 이날 입장문을 내 "서울시의 이런 태도는 사실상 권익위 중재를 뒤엎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하루 전날 문구를 갈아엎겠다고 나선 것은 극히 무책임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도시계획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송현동 땅을 공원화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실제로 공원 지정 의결까지 하는 과정에서 쌓인 대한항공의 울분이 이번 합의 연기를 계기로 터진 셈이다.

대한항공은 조정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으나,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전날 "큰 틀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입장에서 본 '큰 틀'이란 '송현동 땅을 공원으로 만드는 일련의 작업'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계약이 난항을 겪거나 송현동 땅을 서울시가 사들이는 과정이 지연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의 공원화 방침은 불변이라는 것이다.

이는 조정 무산이나 지연으로 토지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자구책이 실패하는 것을 가장 우려하는 대한항공의 입장과는 간극이 크다.

실제로 서울시는 송현동 땅을 무조건 공원화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시는 그동안 `부지를 대한항공이 민간 제삼자에게 매각해도 다시 사들여 공원화한다', `부지 민간 매각 시 발생하는 (매수인의) 개발 요구를 용인할 의사가 없다' 등 이 땅의 공원화에 강한 의지를 거듭 밝혀 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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