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지은 전문위원· 변호사
▲ 오지은 전문위원· 변호사

의료현장은 원칙적으로 의무기록에 의해서만 살펴볼 수 있다. 요즘같은 첨단시대에 명백히 구시대적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둔 것은 의료행위와 현장의 특수성에 있다.

그렇기에 의료법은 의료진, 특히 의사의 진료기록부 등에 높은 신빙성을 부여한다. 내용이 아무리 자세해도 '상세히 기재하고 서명까지 완료' 해야 의무기록으로 인정된다.

그 중에서도 의사의 진단서는 가장 중요하다. 의사 실명, 소속, 면허번호까지 기재된다. 그렇게 발급한 진단서가 명확하게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 허위진단서 작성죄가 된다.

의료사고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는 무죄지만 허위진단서에 대해 유죄판결이 선고된 최근 판례(2017고단1002판결)가 있다.

A씨는 한 대학병원에서 골수채취 검사를 받던 중 골수채취를 위한 천자침에 의한 동맥 파열이 발생,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다.

A씨의 진료과 교수와 담당의사는 직접사인을 '호흡정지', 중간선행사인을 '범혈구감소증(골수검사확인예정)'으로 기재하고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기재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호흡정지'는 사망으로 인한 현상에 불과할 뿐 사망의 원인이 아니고, '범혈구감소증'은 그 자체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법의학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범혈구감소증은 사망과 인과관계가 없어 사인이 될 수 없기에 '병사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A씨는 급성 백혈성 증세가 의심돼 검사를 받던 중 사망했을 뿐 당시 질병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진단되지 않은 채 시술과정에서 숨져 사망원인은 '외인사'임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법원은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한 죄에 대해 담당교수 500만원, 담당의사 300만원의 벌금을 각각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사망원인을 은폐하거나 숨기기 위한 목적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유죄라고 했다.

의료사고로 피고인들의 과실 여부가 다투어지는 상황에서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한 행위가 의료사고의 원인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같은 행위가 유족에게 또다른 상처로 작용한다고 명백히 설시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대해서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이나 사망에 따른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의료행위에 최선을 다하며 그 과정에 미흡함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혹은 중간 어느지점에서부터 나쁜 의도가 개입되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의료진에게 법령과 지침 등을 떠올리고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법령은 의료진들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있다. 권한과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는다면 의도를 불문하고 무거운 형사처벌로 돌아올 수 있다.

■ 오지은 전문위원(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심사관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심의위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전문위원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 이상반응 피해보상 전문위원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 전문위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위원 △대한의료법학회·한국의료법학회 회원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학술단 편집이사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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