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우리 사회는 수많은 갈등과 분열로 조용할 날이 없다. 이런 갈등과 분열을 조정할 정치지도자도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더 빠르게 밀려오고 있고, 선진국과 경쟁국들은 미래를 향에 가는데 우리는 과거에 매달려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은 자기 세력을 지키기 위해 싸움만 할 뿐 국민이나 국가미래에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한편 정치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의 핵심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조정할 뿐만 아니라 미래국가 비전을 제시하여 국가를 번영시키는 것이다. 그 중심에 국가지도자가 있다. 국가지도자는 국가의 독립과 영토를 보전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등 헌법상 의무뿐 아니라 사실상 국가의 모든 공적인 업무에 관해 무한 책임을 지는 존재다.

또한 국가지도자는 특정 지역이나 세력의 대변자가 아니라 모든 국민의 대변자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어떻게 만들지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자리다.

차기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정치인들의 이름이 여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10년, 20년, 30년 후의 미래비전을 이야기하는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에게 돈을 나눠주겠다고 하는 지도자는 많은데, 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이야기하는 지도자는 없다. 먹거리를 만들지 못하면 먹을 수 없다는 이치를 알아야 하는데, 먹거리는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한 국가의 운명은 어떤 사람이 지도자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라를 과거로 가게 하느냐, 현재에 머물게 하느냐, 아니면 미래로 가게 하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5년 마다 선거를 통해 국가지도자를 선출한다.

그리고 그렇게 선출된 지도자는 자신의 정치철학과 정치세력을 기반으로 국가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국민은 그가 어떻게 나라를 이끄는지 조마조마하게 지켜볼 뿐이다.

현재 대한민국 호는 뒤뚱뒤뚱 거리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대한민국 호를 구해야 할 '차기 지도자'가 되려고 하는 정치인들에게 3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첫째,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경제체제다.

국가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경제성장과 기술발전을 통해 혁신을 가져올 수 있도록 기업 활동을 활성화 하는 것이다. 인류의 오랜 역사는 개인과 기업이 열심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시장경제와 그 시장경제제도를 가능하게 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가 선진국이 됐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부동산, 기업규제, 노동, 임금, 가격 등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면서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할수록 양극화, 부동산 불안, 기업의 해외 이전, 자영업의 몰락, 취업난 등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일에 정부가 자꾸 개입해서 시장을 왜곡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한편 "노동의 대가 외의 소득을 불평등과 양극화를 초래해 환수해야한다", "가진 자의 것을 공평하게 나누겠다는 기본소득 제도" 등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주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대안도 없이 전 국민에게 돈을 나눠 주겠다고 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차기 지도자는 어떻게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와 기업창업과 기술을 혁신하면서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게 하는 시장경제를 지켜낼지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국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미래비전을 가지고 있는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분야에서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특히 산업간 경계를 허물며 일자리에 대한 관점도 변하고 있다. 조직에 속해서 일하던 방식에서 1인 기업, 개인 맞춤형 업무 시대로 변하고 있다. 기존에 존재하는 일 처리방식, 비즈니스 형태의 많은 부분은 사리지고,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업무형태도 대면에서 비 대면으로 무한 확대되고 있다.

한편 긱이코노믹(Gig Economic)의 등장으로 노동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 긱이코노믹 시대에는 디지털 경제에서 노동자들이 한 기업에 얽매이지 않고 단기 계약을 맺고,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일하게 된다. 노동자도 고용주도 고정된 형태의 일자리보다 유연한 고용을 추구하게 된다. 즉, 노동자는 여러 개의 회사와 계약을 통해 유연하게 n잡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자유롭게 시간을 통제하며 소득을 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몰고 온 영역파괴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을 낡은 규제의 틀로 가두려는 지도자는 무능할 뿐 아니라 무책임하다. 낡은 틀로 기업을 가둔다면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미래비전이 없는 지도자는 과거의 습관이나 세력의 눈치를 먼저 본다. 다음 선거의 표만 계산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비전이 없는 지도자는 포퓰리즘에 집착한다. 포퓰리즘은 지도자들이 더 이상 나라를 이끌지 못하고, 대중이 나라를 이끄는 상황을 말한다. 차기 지도자는 이런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기 위해 어떤 미래비전을 제시할지 답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가. 현재 국민은 정치인들에 의해 극도로 분열돼 있다.

민주 대 반민주, 조국수호 세력 대 조국퇴진 세력, 적폐 대 비 적폐, 친미 대 반미, 친일 대 반일, 임대인 대 임차인, 유주택자 대 무주택자, 의사 대 간호사, 진보세력 대 보수세력, 추미애 검찰 대 윤석렬 검찰, 가진 자 대 가지지 못한 자 등 갈라치기와 편 가르기가 난무하고 있다.

자기편이면 모든 것이 옳고 상대편이면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이다. 공정도, 정의도, 법치도, 상식도 헷갈리고 있다.

'국민통합'에 나서야 할 정치인들이 오히려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수많은 편 가르기로 나라가 산산조각이 나버린 지금 다수의 침묵하는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국민이 분열될수록 불신과 적개심은 늘어나고 미래는 더욱 암담할 뿐이다.

통합의 리더십이란 공정, 정의, 법치, 상식이 헷갈리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차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이렇게 극도로 분열된 국민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해야 한다.

영국 경제학자 콜린 크라크는 "정치꾼(politician)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statesman)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꾼은 자기세력의 이익을 생각하고, 정치가는 보수든, 진보든, 중도든 이념보다 국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정치꾼들로 넘쳐난다. 정치꾼을 만들든 정치가를 만들든 그것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존경 받는 정치가가 나올 때가 됐다. 정치가가 차기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저서 △이제 개인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언어품격 △삼성 은부장의 프레젠테이션 △1등 프레젠테이션 비법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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