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10명, 10월에만 3명의 택배노동자가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대부분 쉬지 못하고, 강도 높은 업무에 투입되면서 발생한 과로사로 추정된다.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36세 택배노동자가 새벽에 동료에게 남긴 문자는 그가 얼마나 극한의 노동에 내몰렸는지 짐작하게 한다. 아무런 해결 수단을 쥐지 못한 노동자의 상황 변화가 요원해 보이는 건 당연하다.

택배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현실과 동떨어진 법적 지위에서 비롯된다. 특수고용직노동자로 분류되면서 자영업자의 형태로 근로기준법상 법정노동시간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노동자도 사용자도 아닌 모호한 현실 속에서 법의 사각지대에서 기업의 불합리한 처우를 그대로 받아내고 있다. 택배노동자의 위험한 노동 여건은 반복되는 죽음이 말해주고 있지만, 정부는 이들의 과로사에 대한 명확한 실태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택배노동자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택배 현장의 불합리함은 집배송 외 주된 업무인 택배 분류작업이다. 택배 기업은 분류작업이 집배송 수수료에 포함된 업무라고 하지만,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무보수 노동이 분명하다. 

택배노동자들은 분류작업에 자체 인력을 배치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현실을 외면하기 급급하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택배 기업의 뻔뻔함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개탄스럽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고, 인터넷을 활용한 소비가 급증하면서 택배노동자들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왔다. 기업은 수익 창출로 배를 불렸지만, 택배노동자들은 죽음에 내몰렸다. 

매출 규모가 확대되고, 수익이 늘어나면 함께 하는 노동자들의 여건도 개선될 거라는 기대는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오히려 값싼 노동으로 더 많은 돈벌이에 혈안이 된 자본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정부와 국회는 비정상적인 택배노동자의 노동 여건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실과 괴리된 특수고용직 관련 규정을 당장 뜯어고쳐 실제 지위에 맞는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 택배노동자가 실질적으로 지휘·종속관계에 있는 노동자로서 교섭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사고를 당했을 경우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고, 관련 기업은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죽음으로 불합리한 현실을 증명한 노동자들의 목숨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이렇게 우리 사회는 지속할 수 없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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