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12시간 화재 알루미늄 복합 패널 문제"

▲ 9일 소방관이 울산 남구 주상복합 삼환아르누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진광태 기자
▲ 9일 소방관이 울산 남구 주상복합 삼환아르누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진광태 기자

8일 오후 11시 7분 울산 남구 주상복합 삼환아르누보 화재. 9일 현재 12시간째 완벽한 진화가 되지 않고 있다.

불덩어리 건물 속에도 다행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천운이 따랐다. 대형참사 속에도 신속한 대응과 침착한 대피가 빛났다.

33층짜리 건물 전면이 불길에 휩싸였을 정도로 화세는 거칠 줄 몰랐다. 127가구가 입주한 아파트는 상당수 주민이 옥상 등으로 대피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명피해 규모를 걱정했다.

9일 큰 불이 잡시면서 사망자는 한명도 확인되지 않았다. 8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모두 단순 연기흡입이나 찰과상 등 경상이었다.

건물 피해는 심각했지만 사망자가 나오지 않아 안도와 함께 하늘이 도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방당국의 신속하고 입체적인 대응이 눈에 띈다. 한 주민은 "최초 소방관들 8명 정도가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와서 13층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확인 작업을 했다"면서 "그러던 중에 갑자기 13층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울산소방본부는 '12층에서 연기가 발생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을 확인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풍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건물 외벽의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타고 마치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란 불가항력이었다.

▲ 9일 소방관들이 울산 남구 주상복합 삼환아르누보 화재를 진압하고 있기 위해 집결하고 있다. ⓒ 진광태 기자
▲ 9일 소방관들이 울산 남구 주상복합 삼환아르누보 화재를 진압하고 있기 위해 집결하고 있다. ⓒ 진광태 기자

하지만 화세 확산 전에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있었기에 신속한 상황 파악이 가능했다. 인근 소방관서 소방력을 모두 동원하는 대응 2단계 발령 등 후속 대응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었다.

고가사다리차를 동원해도 고층부 화재 진압에 한계가 있었다. 소방대원들은 각 호실을 돌며 내부로 옮아붙은 불을 끄는 동시에 인명 수색과 구조에 주력했다.

입주민들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화재 초기에 건물 밖으로 대피한 일부 주민들은 물에 적신 수건을 입에 대고 자세를 낮춘 채 빠져나오는 등 대피 매뉴얼 대로 행동했다.

연기 때문에 내려올 수 없었던 고층부 주민들도 피난 공간이 마련된 15층과 28층, 옥상 등지로 피해 구조를 기다렸다. 이들은 소방대원들의 지시에 따라 구조될 때까지 기다렸고, 결국 77명이 큰 탈 없이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대형참사는 막았지만 꺼질 듯 꺼지지 않는 화재에도 의문이 쏠리고 있다.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인 데다가 건물 외장재에 불씨가 남아 불길이 강해졌다 약해졌다는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소방본부는 이날 현장 브리핑을 통해 "건물 외장재가 알려진 드라이비트와 달리 알루미늄 복합 패널로 확인됐다"며 "패널속에 숨어 있던 불씨가 간헐적으로 불특정 층에서 되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 9일 울산대학교병원 엠뷸런스가 울산 남구 주상복합 삼환아르누보 화재 주민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하고 있다. ⓒ 진광태 기자
▲ 9일 울산대학교병원 엠뷸런스가 울산 남구 주상복합 삼환아르누보 화재 주민을 구조하기 위해 출동하고 있다. ⓒ 진광태 기자

알루미늄 복합 패널은 일반적으로 알루미늄판과 판 사이를 실리콘 같은 수지로 접착한 다음 건물 외벽에 붙인다. 알루미늄이 가볍고 가공하기 쉬운 데다가 페인트 등을 도색하기도 용이하고 접착력이 드라이비트(콘크리트 벽에 스티로폼 단열재를 붙이는 공법)보다 좋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고층 주상복합 건물에 주로 쓰인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특징이 화재 발생때 취약성을 드러낸다고 보고 있다. 알루미늄 자체가 열에 강하지 않은 데다가 판과 판 사이에 충진재로 들어간 수지가 불에 잘 타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관을 위해 알루미늄판에 화학제품으로 색을 입혔기 때문에 한곳에 불이 붙으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 외벽 전체 패널에 순식간에 번질 가능성이 크다.

방재전문가들은 "알루미늄 패널 사이엔 준불연성 물질도 있는데, 너무 열이 강하면, 이 물질마저도 불에 타면서 열기가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울산은 지난 8일 오전 7시에 강풍주의보가 발효됐으며 9일 오전 최대순간풍속은 시속 30.2㎞를 기록했다. 강풍주의보는 10일 오전까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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