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덕열 동대문구청장 '남은 과일 팔아주기' 행사

▲ 24일 서울소방재난본부와 국과수가 서울 동대문 청량리 청과물 시장 화재 현장 합동감식을 위해 폴리스 라인을 설치했다. ⓒ 강보경 기자
▲ 24일 서울소방재난본부와 국과수가 서울 동대문 청량리 청과물 시장 화재 현장 합동감식을 위해 폴리스 라인을 설치했다. ⓒ 강보경 기자

지난 21일 오전 4시 30분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7시간만에 꺼졌다.

다행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청량리 전통시장 67개 점포 가운데 9개, 청과물 시장 150여개 점포 가운데 창고 1개 등 20개가 불에 타고 7개는 전소됐다.

화재가 발생한지 나흘이 24일. 화재 현장 입구부터 눈과 코가 아플 정도였다. 시장 앞에서부터 탄내가 진동했다.

오전 10시부터 서울소방재난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3차 화재감식을 벌이고 있었다.

추석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 오면서 상인들은 손과 발을 바쁘게 움직였다.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었다. 망연자실, 허탈한 표정으로 타다 남은 과일 상자를 치우고 있었다.

▲ 지난 21일 오전 4시 32분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추석대목을 위해 마련한 배가 모두 탔다. ⓒ 강보경 기자
▲ 지난 21일 오전 4시 32분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추석대목을 위해 마련한 배가 모두 탔다. ⓒ 강보경 기자

시장의 한 상인은 "날벼락을 맞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청과물시장을 찾은 시민들을 보며 화색이 도는 듯 해 보였지만 거기까지 였다.

시민들은 냉담했다. 장을 보기는 보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이런 불이'라는 표정으로 혀끝을 차며 발걸음을 돌렸다.

코로나19로 수입이 줄어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대형화재까지 발생하면서 상인들의 고통은 두배로 늘어난 셈이다. 엎친데 덮친격이다.

한 점포는 추석 대목을 위해 창고에 보관에 뒀던 과일 등이 모두 불에 탔다. 한 상인은 "모두 불에 탔는데 얼마 남지 않은 사과도 상품성이 떨어져 팔 수도, 살 사람도 없을 거 같다"고 푸념을 털어놨다.

또 다른 상인은 "배 상자가 모두 타버렸다"며 허탈한 얼굴로 상자들을 치우고 있었다. 김모씨는 "명절 대목을 앞두고 큰 불이 나면서 상인들의 신경이 무척 민감한 상태"라며 취재진의 질문에 싸늘했다.

▲ 지난 21일 오전 4시 32분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으로 추정되는 통닭집에 가림벽이 길게 설치돼 있다. ⓒ 강보경 기자
▲ 지난 21일 오전 4시 32분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현장으로 추정되는 통닭집에 가림벽이 길게 설치돼 있다. ⓒ 강보경 기자

통닭골목 상인 이모씨는 "청과물시장 점포들은 피해를 입었어도 장사를 하는데 맞은편에 있는 이 통닭집은 벽을 왜 설치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전히 정확한 사고원인을 모르는 듯 했다. 소방당국은 가림벽이 설치된 통닭집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바로 옆에 점포를 두고 있는 상인 박모씨는 "소방관들이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내가 장사하고 있는 이 건물도 태우려고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하지만 소방서 관계자는 "청량리 시장 주변 통로가 매우 좁고, 많은 점포가 밀집돼 있다"며 "시장의 샌드위치 판넬과 지붕이 함석으로 돼 있어 화재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통시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화재로 번지로 진압도 쉽지 않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소방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통시장의 한 상가에서 시작된 화재가 인근에 위치한 청과물 시장으로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화재가 발생한 시설에 스프링클러는 없었지만, 알림 장치가 작동해 상인들이 대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이날 구청 광장에서 청과물시장 화재 피해 상인들을 돕기 위해 불에 타고 남은 과일을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 24일 서울소방반재본부와 국과수 관계자들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사고 피해 현장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 강보경 기자
▲ 24일 서울소방반재본부와 국과수 관계자들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사고 피해 현장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 강보경 기자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