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의 이슈분석 <25> 소방관 채용시험 도핑테스트 도입

1988년 서울올림픽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육상선수 벤 존슨, 7년 연속 뚜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에서 우승한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 그리고 2014년 아시안게임과 전국체육대회에서 많은 메달을 획득한 수영선수 박태환.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도핑(Doping) 스캔들의 주인공이란 점이다.

도핑이란 운동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호르몬제나 흥분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거나 특수한 이학적 처치를 하는 행위를 말한다.

본래 도핑은 포도껍질로 만든 알코올성 음료를 지칭하는 네덜란드어 도프(Dop)에서 유래한 것으로, 20세기 초 보어 전쟁 당시 남아공 줄루(Zulu)족 전사들이 용맹성을 높이고 전투력 향상을 위해 복용한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스포츠가 직업ㆍ상업화되면서 승리에 대한 압박감이나 돈과 명예를 위해 많은 선수들이 도핑의 유혹에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도핑 때문에 생명을 잃고, 명예를 잃고, 끝이 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운동선수들에게만 적용됐던 도핑검사가 지난해부터 소방관 채용시험에도 도입됐다. 현재까지는 도핑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온 사람이 없다고하니 다행이다. 도핑검사의 도입배경은 소방관 공채시험 경쟁률이 해마다 가열되고 있는데다가 체력검정이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변수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예비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1점이라도 더 획득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하고 있다. 어떤 응시자는 1종 대형면허를 미리 취득해 준비된 소방관이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사용한다. 체력테스트에서 만점을 획득해 강한 소방관이란 이미지를 주고자 전문학원에 등록해 집중 트레이닝을 받기도 한다.

이쯤 되다보니 재수 또는 삼수를 하고 있는 예비소방관들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대체로 성인이 되면 더 이상 운동능력이 크게 향상되지 않아 기록 단축에 한계를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일시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 도핑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개연성이 크다.

하지만 도핑은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가 많다. 단기적으로 좋은 기록을 낼 수도 있겠지만, 한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올림픽 경기에서 암페타민이란 약물을 과다 복용해 사망한 사이클 선수의 사례가 바로 그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도핑이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소방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약물의 힘을 이용하려는 잘못된 생각은 페어플레이 정신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올바른 공직 가치관을 지닌 사람으로 보기 어렵다. 소방관이 돼 사람을 살리는 '인명구조 전문가'가 될 공직자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순수한 노력과 땀으로 채우지 않고 약물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능력을 향상시키려고 하는 것 자체는 용납될 수 없다.

인사혁신처와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공무원 임용을 위한 체력시험 금지약물 및 금지방법'을 고시하면서 예비소방관들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도핑검사가 본격화 됐다. 금지약물은 동화작용제, 이뇨제, 흥분제 등 13종과 불법마약류 11종 등 24종이다. 도핑검사 시 제공해야 하는 소변시료를 바꿔치기 하거나 정상 소변과 섞어 변조하려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위반한 사람은 5년간 소방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예외조항도 있다. 질병 등 치료목적을 위해 사용된 경우라면 일정한 소명절차를 거쳐 구제받는 방법도 있다. 소방관이 되고자 준비하는 사람들은 흔히 몸에 좋다고 하는 보약이라든지, 의사로부터 약 처방을 받을 때에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도핑검사 결과의 책임은 결국 자신의 몫이다. 구차한 변명이나 다른 사람의 잘못이라고 책임을 전가시킬 수 없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최고보다는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건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키워드

#N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