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언어와 언어들이 충돌하며 갈등을 일으키고 갈등을 해결하면서 발전해 나간다. 그 중에는 대중의 언어도 있고, 지도자의 언어도 있고, 문학인의 언어도 있고, 지식인의 언어도 있다.

특히 지도자의 언어는 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끼친다. 지도자의 언어가 사회를 발전시키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언어에는 이성적 언어와 감성적 언어어가 모두 존재한다. 이성적 언어는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이고 감성적 언어는 배려, 진심, 따뜻한 눈빛, 작은 손짓, 잠깐의 침묵 등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이성(Rationality)이란 머리로 생각하는 것으로 지적 활동을 할 때 쓰이는 영역이고, 감성(sensibility)이란 마음으로 느끼는 것으로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사랑, 증오, 두려움 등의 감정이 일어날 때 쓰이는 영역이다.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는 이성적 언어와 감성적 언어 중 어느 것을 중시해야 하는가? 이성적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지도자와 감성적 언어를 많이 사용하는 지도자가 있다. 어느 쪽이 더 현명한 판단을 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올바르게 사회를 이끌어 갈까?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정부는 7월 23일 한국의 의사수가 전반적으로 부족하고 필수 분야 인력은 더욱 부족하다며, 지역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설립, 한방첩약 건강보험적용, 비대면 진료 육성' 등 4대 의료정책을 발표하면서 의사집단과 충돌을 일으켰다.

정부의 주장은 부족한 '지역·특수분야' 의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구 1000명당 OECD평균 의사수가 3.4명이지만 한국은 2.3명으로 의사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 격차도 문제가 있는데 응급질환이나 뇌 질환 사망률이 강원 영월이 서울 동남권에 비해 2배다 높다는 통계도 제시하고 있다. 전문의 10만명 가운데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 소아외과 전문의는 48명밖에 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의사 측의 주장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증가율이 한국이 OECD보다 6배나 높고, 2028년이 되면 OECD 회원국 평균 의사 수를 추월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국토면적 10㎢당 의사 수는 12명으로 OECD 회원국 중 3번째에 해당한다.

한국 국민 1인당 의사 연 상담건수도 OECD 평균의 2배라고 한다. 또한 선진국 11개국 가운데 2일 내 진료 환자가 57% 밖에 안 되는 것에 비해 한국은 당일 진료율이 99.2%에 달한다고 말하고 있다. 의사수가 부족하다면 이런 통계는 불가능하며, 오히려 의료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관점의 차이 때문에 전공의 90%이 파업에 참여했고, 의대생은 의사고시를 90%나 포기선언을 했다. 많은 국민들이 전공의 파업에 대해 불만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 확산이 거세지는 지금 꼭 그래야만 했는가? 일부 국민들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다행히도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코로나가 안정된 후 원점에서 다시 협의하겠다며 갈등이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정부는 전문가 집단인 의사를 설득하지 못하고, 의사들은 정부 정책을 불신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두 측간의 싸움에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국민 여론도 갈려있다. 이렇게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정부 측 지도자나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이 이성적 언어보다는 감성적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데 있다.

설득을 위한 접근 전략에는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의 3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에토스(Ethos)는 설득자의 명성이나 신용을 바탕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명성, 신뢰감, 호감 등 메시지를 전달하는 설득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과 풍부한 경험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는 것으로, 설득 과정에 60% 정도 영향을 미친다.

다음으로 파토스(Pathos)는 상대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으로 가장 보편적인 설득방법을 말한다. 이는 친밀감을 형성하거나 유머나 연민 등 감정을 자극해 마음을 움직이는 것으로, 설득에 30% 정도 영향을 미친다. 심리학에서 사람들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납득이 됐을 때라고 한다. 즉 상대의 마음이 움직여야 행동의 변화가 온다는 얘기다. 상대의 마음은 논리적 접근보다는 감성적 접근에서 흔들리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로고스(Logos)는 연구결과, 통계, 수치 등을 이용해 상대를 설득하는 것이다. 이는 논리적인 근거나 실증적인 자료 등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으로, 설득에 10% 정도 영향을 미친다.

설득자는 설득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에토스, 파토스 그리고 로고스를 적절하게 배분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에토스와 로고스는 이성적 언어 영역에 파토스는 감성적 언어 영역에 속한다. 이성적 언어와 감성적 언어의 비율이 7대 3정도가 이상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의사들 간 이뤄지는 언어는 대부분 감성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감성적 언어에는 감정이라는 것이 숨어있기 때문에 강한 감성적 언어를 사용할 경우 감정의 골만 더 쌓이게 돼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특히 전문가 집단을 설득할 때는 이성적 언어가 그리고 비전문가 집단이나 일반 대중을 설득할 때는 감성적 언어가 더 효과적이다. 의사들은 전문가 집단이다. 정부가 이들을 설득하려면 이성적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의료라는 것은 의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의사, 간호사, 약사, 의료기사, 의료장비, 의료시설, 의료관련 업체, 보험수가 그리고 환자 등 많은 것들이 있다. 감성적 언어만 사용한다면 의사 문제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성적 언어를 쓰면 의사문제뿐만 아니라 의료 전반의 생태계가 보일 것이다. 의료정책이라는 게 의사문제만 푼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 일방적으로 '의사들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파업을 한다'고 하는 것은 감성적 언어로만 접근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감성적 언어에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그러나 지도자가 모든 일을 감성적 언어에만 의지하면 본질을 보지 못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불행한 일들은 대부분 이성을 잃었을 때 일어났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심각한 상황이다.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한다면 정부도, 의사들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지도자는 따뜻한 마음의 감성적 언어를 사용하되, 본질을 제대로 보고 판단을 하는 차가운 머리의 이성적 언어로 감성적 언어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불행을 막을 수 있다.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저서 <이제 개인의 시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언어품격> <삼성 은부장의 프레젠테이션> <1등 프레젠테이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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