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Quantum)라는 것은 마이크로 세계의 최소 단위이다. 이런 마이크로 세계에는 고전적인 물리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마이크로 입자의 움직임은 제멋대로이며 물리법칙을 통해 그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고 정확하게 측정하기도 어렵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하면,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중략>
양자 이론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얽힘(entanglement) 현상'이다. 두 실체는 늘 상호작용을 하며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이다. 두 실체가 광자든 원자든 아니면 먼지 티끌, 물체 또는 사람처럼 원자로 이뤄진 큰 물체든 마찬가지다. 얽힘 현상은 이 실체들이 그 밖의 다른 어떤 것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발생한다. 입자의 운동은 얽힘 현상의 지배를 받는다. [책 내용 중에서]

'entanglement(얽힘)'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른 사람·국가와의 복잡한 관계, 빠져나갈 수 없는 것에 얽혀듦, 침입 방지용 가시철조망'이라고 나옵니다.

2016년에 초판이 나온 책을 이제 소개하는 것도, <안병익>과 저 그리고 우리 사이에 얽힌 보이지 않는 양자역학의 작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코로바19 바이러스 사태 이후 저자가 말한 얽힘을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방지하기 위해 거리 두기를 하고 살아도, 얽히지 않고는 서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 우리가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얽히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밀폐와 차단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묻혀 뒀던 이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양자는 지구와 우리 몸을 구성하는 미세한 단위입니다. 그런데 현대과학이 밝혀낸 것처럼 이 미세한 기초단위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아주 제한적입니다.

분명히 내 몸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초미립자들인데, 내가 그것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절망적일 정도로 제한적입니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 지닌 의미구조를 깊게 파고 들어가면, '대체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이지'라는 회의가 듭니다.

▲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어쩌면 이런 이유로 이 책을 더 읽어야 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이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연결이 모든 것에 존재하기에, 연결이 가능한 양자의 행동 방정식을 우리가 알 수 없다면, 그것이 파급하고 있는 연결 현상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혜안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저자는 "원자나 개인은 거대한 구성체의 미미한 존재에 불과하지만, 이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전체의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또 "인간의 연결은 오랜 역사를 통해 자기 자신과 가족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본성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연결을 바로 볼 수 있는 혜안은 더 필요합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본성이 연결이기에 이것을 꼭 알아야 합니다.

우리의 본성도 모르고 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연결의 정체를 꼭 알아야 합니다. 현대는 초연결사회이기에 오피니언 리더라고 불리는, '말을 빨리 알아듣고 잘 옮기는 사람'이 누군지 아는 것은 불필요한 밀폐와 차단을 넘어서는 힘이 됩니다.

사실 확인, 팩트 체크(fact check)를 하나 해야 합니다. 책에 논란이 될 수 있는 정보가 실려 있습니다.

33쪽을 보면, 저자는 에이즈 전염병 전파에 핵심 역할을 한 사람으로 '개탄 듀가스(Gaetan Dugas)'를 꼽았습니다. 그러나 '개탄 듀가스가 '미국에 에이즈를 준 남자'라는 오명을 벗기까지는 3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미디어의 보도가 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에이즈가 창궐하던 당시에 첫 에이즈 환자였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에이즈 전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라고, 이런 보도가 사회적 낙인 이론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낙인을 찍어 사회적 분노를 그에게 표출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8장에 해당하는 내용이 왜 들어갔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독자들에게 '초연결사회를 준비하고 스스로 연결사회를 만들어 가라'는 주장이 책이 제시한 목표인데, 몇몇 정신분석가들의 이론을 책에 제시해 놓은 것은 책의 전체적인 구성에 약간 혼선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처럼 사람이 지닌 마음의 무늬가 다양하니, 그에 걸맞게 연결망을 만들어 가라는 뜻으로 8장을 읽었습니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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