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택구 논설위원·소방기술사
▲ 이택구 논설위원·소방기술사

소방청이 지난 석달 간격, 연속적으로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시설의 기준을 포함해 관련제도를 개선한다고 한다. 

이제서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다고 하니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나라 물류창고에 설치된 대부분의 스프링클러는 무용지물이다. 법에 의해 설치하는 형식적인 소화설비와 다름이 없다는 의미다.

물류창고 화재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화세를 제어했다거나, 화재를 진압했다는 소식은 여태까지 들어 본적이 없다.

일반적으로 물류창고는 겨울철에 난방을 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스프링클러 배관 동파를 고려해 프리액션방식 스프링클러가 대부분의 물품창고에 설치돼 있다.

이 방식은 원래 수손 피해 방지 목적으로 개발된 시스템이다. 전산실이나 박물관 등에 적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만이 동파방지 목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본래 취지와 맞지 않을 뿐만아니라 시스템 구성 마저 변형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은 습식 시스템과 달리 단순하지 않다. 감지기 교차회로 작동방식으로만 동작한다. 프리액션밸브가 개방돼 2차측 배관에 물이 급수되는 구조다.

여기에 평상시 배관에 물이 차있지 않는 구조이기에 배관을 항상 정상상태로 유지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같은 환경에서 화재때 제대로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말은 들어보기가 어려운 설비다. 존재가치가 없는 설비라고 단언할 수 있다.

창고의 화재하중과 전혀 무관한 K값이 80인 헤드로 설치된 것도 문제다. 작동하더라도 이 정도의 살수 유량으로는 화세 제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해외는 보관물품 종류별 화재하중을 고려해 방사밀도가 높은 전용헤드와 충분한 수원을 갖추고 있다.

화재 진압을 위해서는 습식방식과 ESFR헤드로 설치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화재 발생 위험성이 높은 냉동창고는 반드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면제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형식적인 법기준만 만족하고 성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현재의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

해외와 같이 물품 종류와 팰러트의 화재 화중을 고려한 K값이 큰 창고형 스프링클러를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존 물류창고의 프리액션 스프링클러 방식은 소급해서라도 반드시 습식으로 바꾸도록 행정조치를 내려야 한다. 시스템 작동 구성을 단순하게 해야 한다.

배관의 누수 여부나 연결상태가 확인이 되지 않는 즉 유지관리가 되지 않는 비상식적인 시스템을 그대로 두지 말어야 한다.

화세제어에 조금이라도 역할이 될 수 있는 자동소방시설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류창고 화재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소방인으로서 조금이라도 보답이 되지 않나 하는 양심적인 고백이다.

■ 이택구 논설위원·소방기술사 △신일고 △인하대 기계공학과 △경기대 소방방재공학과 △현대중공업 △서울메트로 △포스코A&C 부장 △지멘스 상무 △유에스엘 대표이사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회장 △한국안전인증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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