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고문의 '자네, 유럽 가 봤나' <8> 이탈리아 피렌체

피렌체 입구 피빗의 망루가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를 말해 준다. 부유한 도시국가를 누가 그냥 둘려고 했겠는가. 유럽의 중세는 피의 세월이 아니었던가.

모피로 유명한 토스카나 지방의 중심도시 피렌체는 이탈리아 도시국가 가운데 가장 부유했던 곳이다. '예술ㆍ문학ㆍ과학의 도시'로 신곡의 단테, 모나리자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이 태어났다.

1982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몇 세기 전 메디치 가문이 번성하면서 유럽 르네상스의 꽃을 피웠다. 인류문화유산이 됐다는 것은 도시 전체가 이미 예술작품으로 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영화와 책으로 더 유명해졌다고 한다.

피렌체 초입의 대식당에서 현지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유럽은 빵맛이 좋다"고 여성 관광객들이 이구동성이다. 필자 같은 한식주의자가 먹어봐도 빵맛이 일품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빵맛에 동화된 지 오랜가보다.

점심 식사후 피렌체 중심에 있는 시뇨리아 광장으로 이동했다. 광장에 있는 피렌체 시청사에서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감상했다. 미켈란젤로가 26세인 1501년에 시작해 3년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원작은 아카데미 건물 내부에 있고 광장엔 모조품이 전시됐지만, 수많은 관람객들은 진품과 다름없이 여긴다. 마침 독일 메르켈 총리가 시청을 방문했다.

다비드 상, 미켈란젤로의 3년 역작으로 결이 좋지않은 대리석을 이용, 5.17m의 다비드상을 조각했다.

해상왕국 피사를 멸망시키고 가죽공업 등으로 유명한 '명품의 도시' 피렌체 역시 유명한 성당이 있다. 175년에 걸쳐 건립한 '꽃의 성모마리아 성당'으로 불리는 두오모 성당은 삼색대리석이 석양빛에 고상하게 비친다.

성당 옆 '예수의 일생'이 부조된 청동문 앞에 사람들이 천막을 치고 있다. 밀라노의 두오모에도 있다고 하지만 미쳐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 여기서 보게 돼 그나마 다행이다. 과거 인도의 조각품을 도록으로 보고 놀랐었는데, 서양의 성당 조각은 섬세하기가 놀랍기까지 하다. 이런 세밀한 묘사가 가능한 것은 석회암 대리석의 석질이 비교적 연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우리나라 화강암 대리석 조각에 더 경탄한다고 한다. 단단한 화강암의 석질이 조각을 하기엔 너무 힘들고 어렵다 보니 난이도를 참작해서 그렇다고 한다. 석굴암 본존불의 미소와 같은 은은한 자비의 표정은 여기에 없다. 서양 조각은 표정이 없다. 그냥 무표정으로 빚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여행객들은 중심에 있는 베키오 다리를 보고 셔터를 눌러댔다. 198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문화재로 옛날부터 이 지역은 세금이 없어 인기가 있었다. 처음에는 푸줏간 등이 성업했지만 악취로 인해 쫒겨나고 귀금속 상인, 금세공인, 보석상 등이 입점해 다리를 차지했다. 피렌체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금세공인 벤베누토 첼리니의 기념비를 세웠을 정도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유명한 이 다리는 독일군이 퇴각하면서도 남겨두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가 묻혀 있는 산타크로체 대성당. 4년간 바티칸 성당의 천지창조를 그리다가 척추가 휘어 곱추가 되고, 눈에 석회가루와 물감이 떨어져 시각장애인이 된 천재, 위대한 작품은 남겼지만 인간적으론 불행하지 않았을까.

신곡을 쓴 이탈리아 중세를 대표하는 시인 단테(1265∼1321)의 생가를 방문했다. 그곳은 알리기에리 거리에 있고, 내부에 박물관이 있는 등 당시 모습으로 잘 보존돼 있다.

피렌체 시내 중심을 되돌아 나오면서 '위대한 천재' 미켈란젤로와 갈릴레오의 무덤이 있는 산타크로체 대성당을 돌아봤다. 시간이 없어 들어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로마에서 죽은 미켈란젤로의 시신을 피렌체로 가져오기 위해 몰래 훔쳐오다시피 했다고 한다. 위대한 화가가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온 것을 모두가 환영했다고 한다.

일행은 가죽제품이 많은 매장에서 쇼핑을 했다. 피렌체는 삼색대리석으로 지은 두오모 성당의 화려한 외양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가죽공예 제품은 가격이 비싸서 지갑을 여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일부 여행객은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점 인근의 공방을 물색한 뒤 수공제품 '직구'를 했다. 사전준비가 철저한 사람들이다. 필자 같은 졸속 여행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계속>

피렌체의 가죽제품 할인점은 디자인부터 비범해 보인다. 가격이 비싸 구경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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