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교수·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곳으로 인류 역사에서 1000년간 이어져온 학문 공동체다.

그런데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2030년에 대학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의 유례없는 급격한 발전으로 인간이 기계에게 직업을 빼앗길 뿐 아니라 대학마저 불필요한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우리의 대학도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 코로나19 같은 자연현상으로 언택트 문화 확산과 급격한 인구감소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있다.

올해 1학기는 대학과 학생들에게 커다란 파동을 만들었다. 교수는 온라인 강의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고, 학생은 학생대로 혼란과 불만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축적했다.

한편 코로나는 직장, 학교, 의료, 종교 등 모든 것들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 시켜준 역사적인 현장을 만들었다.

또한 대학사회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대학은 '온라인 교육이 가능한 대학', '필수 임무 대학',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의 3계급으로 나뉘게 될 것이다.

첫번째 계급은 '온라인 교육이 가능한 대학'이다. 앞으로는 강의실 강의만 고집하는 대학은 도태될 것이다. 원격 교육을 잘하는 대학만이 생존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오프라인 강의를 카메라로 찍은 건 온라인 교육이 아니다. 단순히 온라인 수업이 오프라인 수업을 대체한다고 접근하면 안된다.

공유 콘텐츠를 활용하는 플랫폼 기반 학습시스템을 도입해 강의 콘텐츠를 공개하고, 자기주도학습과 역량기반의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장소에서, 지정된 교과서가지고, 지정된 교수에게서 지정된 교과과정을 배우는 시대는 끝났다.

학생이 원할 때,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이제 지식전달만 하는 교육은 온라인으로, 인공지능(AI교수)으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 또한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강사도 교수도 도태될 것이다.

두번째 계급은 '필수 임무를 수행'하는 인재를 기르는 대학이다.

필수 임무란 의학, 간호, 경찰, 군사, 스포츠, 예술 등 사람의 생명을 다루거나 사람의 몸짓을 사용하는 학문을 말한다. 국가의 보전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인재들을 길러내는 대학이다. 이런 대학은 국가가 운영하거나 분야별 특화돼 존재하게 된다.

세번째 계급은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다.

우리 나라는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출생자가 100만명(1970년)에서 50년만에 4분의 1인 26만명(2020년) 시대가 됐다. 특단의 인구대책이 없는 한 인구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본다.

교육부의 추계에 따르면 올해 대학정원이 49만7000명인데 수험생은 47만9000명으로 1만8000명이 부족하다. 4년 후인 2024년 수험생은 37만3000명으로 12만4000명이 부족하다.

대학의 4분의 1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현실이 곧 다가오고 있다. 이제 특정 공간에 캠퍼스를 만들어 놓고 학생을 모집하는 방식으로만은 입학정원을 채울 수 없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은 운영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스스로 도태되게 될 것이다.

지금은 문자 시대에서 영상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유튜브 등과 같은 영상과 더불어 자란 학생들에게 기존의 오프라인 교육방식으로는 더 이상 흥미를 끌 수 없다.

또한 지식권력도 더 이상 한 대학에 있지 않다. 옛날의 지식권력은 지식을 많이, 정확히 그리고 깊이 아는 전문가를 가진 대학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지식권력은 지식과 전문가를 많이 가지고 있는 대학이 아니라 지식의 관계를 잘 엮어내는 다수의 집단이나 사람으로 변했다.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대학의 경쟁상대는 누구인가? 하버드대 수준의 교육을 절반의 비용으로, 정해진 캠퍼스 없이 전 세계 주요도시를 돌며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미네르바가 될 수도 있고, 많은 대학-기업체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코세라(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기반 플랫폼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벤 넬슨 미네르바 설립자는 "전통적 수업방식에 매달리는 대학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제 대학은 학위만을 주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곳이 돼야 한다. 대학의 본질은 지식과 더불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하 최소한의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커다란 캠퍼스를 지어 학생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하는 방식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

■ 은서기 디지털평론가·경영학박사 △저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언어품격> <삼성 은부장의 프레젠테이션> <1등 프레젠테이션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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