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네 튀겔·배명자 옮김·반니·276쪽· 1만6000원

<우리는 얼마나 깨끗한가>는 대량소비문화의 '청결 사회'가 환경과 건강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 밝히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 한네 튀겔은 독일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잡지 'GEO'의 편집자로서 수십 년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과학과, 사회학을 통합한 주제로 글을 써왔다.

저자는 "인류가 만들어낸 '쓰고 버리는 문화'에서 생산된 상품은 소비된 뒤에 쓰레기의 형태로 우리에게 복수한다"고 지적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은 채 수백 년 동안 우리 곁에 머물고, 하수 정화가 되지 않는 화학물질은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돼 부메랑처럼 인간에게 돌아온다. 미세먼지와 산화질소는 거의 매일 우리의 호흡기를 위협 중이다.

저자는 완벽한 청결이란 없으며, 언제나 오물이 이기지만 현명하게 오물을 대처하는 방법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비누와 쓰레기소각장 없이 자연을 청결하게 하는 진화의 놀라운 발명들을 소개한다. 동식물이 청결을 유지하는 방법들은 인간의 몸이 지닌 청결 시스템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코로나19 이후 손소독제 등 항균제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박테리아를 99.9% 박멸한다고 광고하는 제품들이 정말 건강에 이로울까? 실제로 과도한 항균 물질 사용은 몸에 이로운 박테리아의 균형 잡힌 환경을 헤치고 몸에 해롭기까지 하다. 책에서는 트리클로산(Triclosan)을 대표적인 사례로 든다.

이 물질은 접촉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고, 하수 정화 시설로도 완전히 분해하지 못해 수생 생물에게는 독이다. 박테리아 내성을 유발하고, 동물 실험에서는 호르몬 시스템을 망가뜨린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저자는 비누만 있으면 개인위생은 완전히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핸드젤, 발 탈취제, 물티슈, 스프레이 방향제, 다용도 세척제가 정말 우리 세상에 필요한지 묻고, 먼지와 세균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무관심한 것만큼이나 잘못된 반응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변화와 실천을 위한 내용도 빼놓지 않는다.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마지막 장에 정리해놓았다.

집 안에서 유해 독을 없애기 위해, 플라스틱을 줄이고 쓰레기를 방지하기 위해, 운송·여행·쇼핑에서 생기는 오물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수많은 과학자와 현장 전문가를 만나고 함부르크의 거리 청소부와 새벽청소까지 하며 책을 쓴 저자의 노력과 오랜 성찰은 코로나 이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또 하나의 중요한 영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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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 #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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