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리나 코헨-해턴·김희정 옮김·북하우스·396쪽·1만6500원

<소방관의 선택>은 '심리학자 소방관' 사브리나 코헨-해턴 박사의 20년의 현장 경험과 10년의 심리학 연구 성과를 한 권에 담은 책이다.

현직 소방관이자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업무 경험과 연구 결과를 토대로 최선의 의사 결정법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소방관에게 필요한 자질은 냉철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이다. 용기만 믿고 무작정 뛰어들기만 한다고 구조가 이루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직급이 가장 높은 여성 소방관인 저자는 급박하고 압박감이 큰 상황에서 최선의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탐구했다.

그녀는 동료들 중 누구를 타오르는 건물 안으로 들여보낼지, 그리고 그들이 불길을 어떤 방식으로 잡아야 할지를 결정한다. 모든 선택지가 소진됐다는 판단이 들거나 상황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판단이 들면 대원들을 현장에서 철수시키는 명령도 내린다.

소방 지휘관이 내리는 모든 결정 하나하나가 생명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거기다 정보는 불확실하고 숙고할 시간 턱없이 부족한데, 모든 이들이 지휘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책에 등장하는 모든 현장 사례들은 저자가 겪었던 실제 상황에 기반하고 있으며, 연구 사례 또한 자신이 동료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학적·신경과학적 실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의사 결정에 관한 저자의 해법은 여타 심리학 서적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뢰감을 준다.

저자는 소방 지휘관의 헬멧에 카메라를 부착해서 지휘관들이 현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지휘관들은 직관적 의사 결정에 의지하는 경우가 그들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았다. 그동안 소방 지휘관들이 대부분의 경우에 분석적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고 생각하고, 그에 맞는 훈련과 사후 평가를 했는데 실상은 달랐던 것이다.

저자는 이 연구 결과에서 그치지 않고 직관적 의사 결정에 맞는 훈련법과 현장 매뉴얼, 사후 평가 방법을 고민했다. 결국 그녀의 연구는 '영국 소방 구조대 임무 수행 지침', '긴급 구조 기관 간 협업 원칙' 등 영국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매뉴얼에 반영돼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저자의 성과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급박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독자라면 어떤 식의 결정을 내릴 것인가? 분석을 통한 결정? 아니면 직감에 의지한 직관적 결정?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위기상황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방법 또한 알려준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마치 소설이나 영화처럼 읽히는, 흡입력 있는 긴박한 전개다. 때로는 너무나 적나라해서 가슴이 철렁거릴 정도로 생생한 상황 묘사는 책을 읽는 독자가 마치 자신이 사고 현장에 서 있는 듯이 착각하게끔 만든다.

과거에 겪었던 사건에 대한 회상, 훈련을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 지휘역량을 평가하는 테스트 시나리오, 동료 소방관들과의 토론, 저자가 수행했던 연구 등 소방관을 주제로 한 옴니버스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훈련이나 테스트처럼, 실재했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장면에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하는 직업에 관한 놀라운 통찰력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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