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왼쪽), 박혜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서울대병원
▲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왼쪽), 박혜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서울대병원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겪었던 생존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완치 후에도 정신건강에 문제를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치료 환자도 정신건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 결과여서 의미가 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 연구팀은 2015년 메르스 당시 생존자 148명 가운데 63명의 정신건강 문제에 관한 연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메르스가 완치된 생존자 34명(54%)은 1년 후에도 한 가지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다.

42.9%가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하고, 27.0%는 우울증이 있었다. 22.2%는 중등도 이상의 자살사고, 28%는 불면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존자들은 감염자에 대한 사회의 낙인을 높게 인지할수록, 감염 당시 불안 수준이 높을수록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위험도가 높아졌다.

메르스로 가족이 사망했을 때는 우울증 위험이 올라갔다. 과거 정신과적 치료력이 있는 경우에는 두 가지 위험도가 모두 높았다. 감염의 심각도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메르스와 코로나19는 이환율과 치사율, 정부와 사회의 대처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어 해석에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도 감염증의 심각도 보다 심리·사회적 측면에서 감염증을 어떻게 경험하고 인지하는지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책임자인 이소희 박사는 "코로나19로 환자와 격리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환자의 정신건강 문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혜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감염자에 대한 낙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감염증 사태에서 사별이나 불안 등 심리·사회적 어려움이 있는 환자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면 정신적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해외 유명 학술지 'BMC 공공의료(BMC Public Health)'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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