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처방 이전에 환자 대면·진찰 등
환자 상태를 이미 알고 있어야 적법

▲ 오지은 전문위원· 변호사
▲ 오지은 전문위원· 변호사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감염병이 창궐하는 시대를 경험했고, 이에 적합한 새로운 사회생활양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얼굴을 마주보고 눈을 맞추며 의사소통을 하는 일상이 한순간에 감염 경로가 되고 피해를 발생케 한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감염병은 대상을 가리지 않지만 안타깝게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평소에도 병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노약자, 중증질환자 내지는 만성질환자와 그 가족들이다.

이들에게 코로나 19 사태 이후 병원은 의료진을 만나기 위한 공간인 동시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진료를 받기 위한 대기공간에서부터 밀접접촉이 가능해 질 수 있고 어디서부터 감염이 시작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 내에서의 감염을 생각하면 환자측만의 문제도 아니다. 건강을 위해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환자를 돌보기 위해 출근하는 의료진 등 병원직원들도 감염에 노출될 수 있다.

스스로의 감염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감염 발생 시 병원 내의 공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주변사람들에게 전파시킬 수 있어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해당 병원의 폐쇄와 그로 인한 의료 공백으로 인한 문제도 심각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원격진료 혹은 비대면진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행 의료법 상 의사만 병원 등의 의료기관 내에서 진단, 검사, 처방 등의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달리 최근의 감염병 사태 등으로 인해 전문의약품 처방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 의사가 서로를 혹은 병원 내의 모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화로 처방전을 작성·교부해 주는 것을 허용할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에게 전화통화로 처방전을 작성·교부하는 것에 관해 일정한 조건 하에서만 적법하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4선고9607) 

전화 처방 전 대면 진료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피고인 의사는 2011년 2월 8일쯤 전화통화만으로 환자에게 의사의 처방전이 꼭 필요한 전문의약품에 대한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했다. 위 전화통화 이전에 해당 환자를 대면 진찰한 적은 없었다.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피고인 의사가 전화통화를 통해 비대면으로 진찰했더라도 스스로 진찰을 했다면 직접 진찰한 것을 볼 수 있다며, 전화통화로 처방전을 작성하는 것 자체의 위법성은 지적하지 않았다.

다만, 의사의 진찰은 환자의 상태를 듣고 관찰해 병명 등을 판단하는 것이라는 점, 진단방법으로는 문진·시진·청진·타진·촉진·기타 각종의 과학적 방법을 써서 검사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는 점을 설시했다. 

의사의 진찰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으려면 신뢰할만한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한번도 보지 않은 환자에 대해 전화통화로 처방전을 발행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의사가 신은 아니라지만, 환자를 직접 보고 듣고 파악하는 과정은 해당 환자의 치료를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도 필요한 과정이다.

환자를 돕기 위한 행위라도 이러한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않는다면, 아무리 간단한 의료행위라 하더라도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의료행위에 관한 근본적인 개념을 강조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 오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심사관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심의위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전문위원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 이상반응 피해보상 전문위원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 전문위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위원 △서울시간호사회 고문 △한국직업건강협회 고문 △대한조산협회 고문 △보건교사회 고문 △전국간호대학학생협회 고문 △대한의료법학회·한국의료법학회 회원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학술단 편집이사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