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가시(可視) 영역과 가청(可聽) 주파수가 있습니다. 인간이 보고 들을 수 있는 빛의 파장과 소리의 영역대는 이곳뿐입니다. 우주와 지구에는 다양한 빛과 소리가 있지만, 인간은 그것을 모두 보고 듣지 못하고 아주 일부만 보고 듣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말할 때 하나님은 당신을 숨기는 분이고(이사야서 45:15), 이 세상에는 하나님이 가르쳐 주지 않은 일이 많다고 하면서(신명기 29:29), 이 사례를 인용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속한 은하계에는 다양한 빛과 소리가 있는데, 인간은 이런 빛과 소리를 다 보고 듣지 못하기에 제한된 정보만을 전달받고 산다는 증거로 이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과학과 철학이 만나는 과학철학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런 통념들마저도 때로 꽤 제한적입니다. 예를 들어 물이 섭씨 100도에 끓는다고 하지만, 이것은 과학의 개념으로 그렇게 정의한 것입니다. 섭씨 100도가 안 됐는데도 끓거나 100도가 넘어 갔는데도 끓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간이 어떤 조건을 추가로 물에 제공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상태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기에, 이것을 인위적인 조작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인간이 지닌 시각과 청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눈과 귀로 들어온 정보를 뇌에서 해석해 확인합니다. 몇 년 전에 두 가지 줄무늬로 이뤄진 옷 한 벌을 보여주고, '어떤 색깔로 보이느냐'고 묻는 퀴즈가 유행했었습니다. 그때 옷 한 벌을 두고 색맹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각기 다르게 그 옷의 색깔을 눈이 아니라 뇌로 해석했습니다.

뇌는 스스로 세상을 알아볼 수 없기에 인체의 센서(sensor)들이 제공해 주는 입력 값들을 통해 현실을 알아냅니다. 하지만 인간의 오감은 불완전하고 불량으로 판명되는 거짓 정보를 진짜인 것처럼 감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뇌는 자신의 몸이 지닌 오감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정보를 토대로 다시 해석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사물(건)을 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사물(건)을 뇌로 해석한다'는 말이 더 정확합니다. 모두 뇌의 해석을 거쳐야 사물(건)의 식별이 가능하기에,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들었을 때 뇌는 자신이 가진 정보(선입견)를 바탕으로 사물(건)을 해석한 후 다음으로 어떤 행동을 하라고 몸에 지시를 내립니다.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은 오감을 통해 입력된 정보가 아니라 뇌의 해석을 거쳐 출력된 정보로 구성된 세상입니다. 이를 확인해 주는 실험이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수박을 진공포장한 뒤 냄새도 맡지 못하게 하고 눈을 가린 채 먹게 했더니, 실험자들이 모두 쇠고기인줄 알고 먹었습니다. 혀가 느끼는 맛도 감각기관을 통해 뇌에서 해석한 것인데, 뇌에 주어지던 음식에 관한 시각과 후각 정보가 사라지자 뇌는 혀의 감각으로만 맛을 판단했고, 그 때문에 진공포장한 수박과 쇠고기를 같은 것이라고 판정했습니다.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서도 이런 판단을 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합니다. 코로나19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하는 예배와 일정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마스크를 쓰고 예배하는 것 모두 고통을 나누며 희망을 향해 가는 몸짓입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이기에 어느 한쪽에만 가중치를 두고 해석해 무게추가 그쪽으로 기울게 하면 안 됩니다.

인간의 뇌와 거기에 수록된 정보가 다르기에 그가 가진 다른 해석은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틀린 것과 다른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이것을 구분할 줄 모르는 저들을 자신들의 메시아라고 칭송하는 사이비·이단들의 모습을 보니 참으로 씁쓸합니다. 저들은 눈을 가린 채 진공 포장된 수박을 먹으면서 쇠고기라고 외고집쟁이처럼 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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