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감염됐을 가능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근무하던 중, 주변에 감염을 발생시킨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을까.

서울중앙지방법원(2018.1.10.선고 2015가합579935) 판결에 의하면 손해배상책임이 가능하다.

판결에 따르면 A회사(피고1)가 운영하는 산후조리원에서 산모와 신생아에 대한 관리 업무를 담당한 조무사 B(피고2)는 의사로부터 결핵이 의심돼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가래검사 처방을 받아 자신의 결핵 감염 가능성을 인식했다.

그럼에도 <피고2>는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를 돌보는 업무를 계속했다. 결국 산후조리원에 머물던 신생아들은 잠복 결핵에 감염되거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하는 피해를 입었다.

법원은 산후조리원의 내에서 산모와 신생아에 대한 집단 관리가 산후조리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부수되는 업무로 판단했다. 

면역력이 취약해 다른 사람과 접촉이 바람직하지 아니한 신생아를 집단으로 수용해 관리함으로써 질병의 감염으로 인한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증대시키는 것으로서 보건분야 업무의 성격이 있음을 인정했다.

▲ 오지은 전문위원· 변호사
▲ 오지은 전문위원· 변호사

따라서 산후조리 업무 종사자 스스로 결핵과 같은 전염성 있는 질병에 감염돼 있는 경우 그 질병이 확인되기 전이라도 신생아들에 대한 전염의 차단이나 피해 감소를 위해 가능한 최선의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했다.

신생아들을 돌보는 <피고2>는 공기 중 전염이 되는 결핵의 감염 가능성을 인식했으면 즉시 위 업무를 중단해야 했다. 결핵이 아니라는 확진이 나올 때까지 신생아들과의 접촉을 피해 감염의 위험을 차단하거나 최소화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이 인정됐다.

법원은 <피고2>의 손해배상책임과 동시에 <피고1> 회사의 손해배상책임도 인정했다.

원고 부모들과 <피고1> 회사 사이에 체결된 산후조리원 계약상 '산모 또는 신생아가 입실기간 동안 감염성 질병에 걸려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사업자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피고1>이 감염에 취약한 신생아들을 집단적으로 관리하는 소속 직원이 평소 감염성 질병 등과 관련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철저히 교육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이같은 피해들이 <피고2>의 결핵 보균 상태에서의 근무로 인해 초래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고들의 과실들로 인한 것이라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해 원고 신생아들과 부모들의 정신적 고통과 그에 대한 위자료 지급의무를 인정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전문가들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강조되고 초중고를 비롯한 대학에까지 개학과 개강이 미뤄지고 있다.

바이러스에 관해 전부 밝혀진 것은 아닌 상태지만, 전국민이 주의하며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지금, 가벼이 보기 힘든 판례다.

■ 오지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의 대표변호사)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심사관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심의위원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 이상반응 피해보상 전문위원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 전문가 자문위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가 위원 △서울시간호사회 고문 △한국직업건강협회 고문 △대한조산협회 고문 △보건교사회 고문 △전국간호대학학생협회 고문 △대한의료법학회·한국의료법학회 회원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학술단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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