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소방학교 '검증완료' … 교관 11명 코치 자격
부산 교장 120명도 강습 교육프로그램 개발 보급
서울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들 "획기적인 생존술"
안경훈 감독 "인류가 물에 뜨는 혁명적 방법" 평가

▲ 부산소방학교 교수와 교관 요원 11명이 지난 3일 부산소방학교에서 열린 '잎새뜨기 생존수영' 강습에서 1시간 가까이 구조를 기다리며 손을 맞잡고 떠는데 성공하자 코치진들이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치권·김철기·우영균 코치. ⓒ 세이프타임즈
▲ 부산소방학교 교수와 교관 요원 11명이 지난 3일 부산소방학교에서 열린 '잎새뜨기 생존수영' 강습에서 1시간 가까이 구조를 기다리며 손을 맞잡고 떠는데 성공하자 코치진들이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치권·김철기·우영균 코치. ⓒ 세이프타임즈

"생존을 위한 발명, 혁명이다. 고정관념이 무너졌다."

<세이프타임즈> 보도로 알려진 '잎새뜨기 생존술' 시연과 강습을 지켜 본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잎새뜨기 생존술이 '119 생존수영'으로 채택돼 '공인생존술'이 된다.

수영을 전혀 못하는 사람도 단기교육을 받으면 장시간 물에 뜬 채 안전하게 구조를 받을 수 있는 '잎새뜨기 생존수영' (www.safe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561)은 지난달 24일 <세이프타임즈> 단독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SNS에서 화제를 몰고 왔다.

<세이프타임즈>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safetimes1015/)에서 3만4840명이 읽었고, 153번의 공유를 통해 삽시간에 퍼저 나갔다. <세이프타임즈(www.safetimes.co.kr)를 방문한 독자는 8만명에 달했다. 지난달 28일 영문기사로 서비스되면서 외국인 독자의 관심도 집중됐다.

지난해 12월 1일 시민기자의 재능기부로 창간된 <세이프타임즈>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폭발적인 반응은 이례적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서 '전원 구조' 오보 트라우마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독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조 DNA'를 가지고 태어난 119 소방이 5일 잎새뜨기 생존술을 공인생존술로 채택, 대국민 보급에 나서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119 생존수영으로 채택하기 위해 치밀한 검증을 한 곳은 부산소방학교. 지휘관은 국민안전처 중앙119구조본부 특수구조훈련과장을 역임한 구조전문가 강대훈 부산소방학교장(49). 서천소방서장을 역임한 뒤 중앙소방학교에서 근무한 강 교장은 교육·구조전문가다.

▲ 강대훈 부산소방학교장은 '잎새뜨기 생존'을 '119 생존수영'으로 채택해 대국민 보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세이프타임즈
▲ 강대훈 부산소방학교장은 '잎새뜨기 생존'을 '119 생존수영'으로 채택해 대국민 보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세이프타임즈

강 교장의 레이더에 잎새뜨기 생존술(Leaf Float)이 잡힌 것은 지난 3월 18일. 경남지역 119구조 대원과 교수·교관 요원 30여명에게 4시간 동안 실전 생존술을 선보이면서 면밀한 분석에 착수했다. 부산소방학교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대한파킨슨병협회 김철기 체육이사(59)의 소문을 듣고 강습을 요청했다.

김 이사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은행에 근무하다가 미국 와튼스쿨에서 MBA를 취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20년간 근무한 국제금융인. 하지만 2011년 초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2014년 퇴직한 뒤 생존술 수영에 입문했다. 올해 초 코치 자격을 획득하고 '생존술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짧은 시간 생존술을 눈으로 확인한 강 교장은 교수·교관 요원 전원이 코치 과정을 이수토록 '특별지시'를 했다.

그리고 지난 2일 부산소방학교 국제수상구조훈련센터. 강 교장은 김 이사와 생존술 창안자 안치권 코치(45·폴수영 대표), 우영균 코치(58·인천 예람교회 담임목사) 등 3명의 전문가를 다시 초청했다.

이틀간의 강습이 시작됐다. 특수부대 출신의 검증요원은 국내 구조분야에서는 내로라하는 '대표선수'로 부산소방학교 교수·교관 요원 11명. 하루 9시간씩 이틀간 18시간 교육이 시작됐다.

수영의 달인들도 첫날 시작부터 물에 뜨는 것은 불가능했다. 5m 깊이 수난구조 훈련 풀장에서 파도만들기 설비를 가동하고 코치양성 과정이 시작됐다. 하루 9시간의 과정을 이수한 11명은 '잎새처럼' 물에 뜨고, 실전생존술 코치자격까지 손에 넣었다. 

▲ 부산소방학교 교수·교관요원들이 '잎새뜨기’ 미숙련자나 부상자들을 구조해 대열을 지어 이동하는 '잎새뜨기 생존술'과 생존수영을 결합한 고난도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부산소방학교 교수·교관요원들이 '잎새뜨기' 미숙련자나 부상자들을 구조해 대열을 지어 이동하는 '잎새뜨기 생존술'과 생존수영을 결합한 고난도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강습을 받은 구조전문가들은 '혁명'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상석 교수는 "기존의 생존수영과 라이프가드 기술이 수영에 의존하고 있지만 '잎새뜨기'는 수영을 못해도 생존할 수 있는 기술로 확인됐다"며 "수영을 해야만 살 수 있다는 가설을 뛰어 넘는 새로운 발명이자 혁명"이라고 극찬했다. 

특수부대 출신인 그는 미국 최고 수난구조 훈련기관(OSR)의 훈련을 통과한 구조분야 최고 전문가다. 그는 특히 "수영을 할 수 있다면 뜰 수가 있다는 가설을 뒤집어, 물에 뜨면 수영을 잘 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또 "이틀간의 훈련을 받으면서 아픈 허리까지 회복돼 생존을 위한 실효성과 건강관리, 물리치료 용도로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강진구 교수는 "수난구조가 끝난 후 체력이 바닥났을 때 매우 유효한 생존술"이라며 "구조수영을 비롯한 모든 수영의 기초"라고 말했다. 김영도 교관 역시 "수영을 잘 하지 못하는 소방관과 시민에게 매우 유용한 생존술"이라고 말했다.

강 교장의 예측이 적중한 셈이다. 소방학교 가운데 수난사고 특성화 교육을 하고 있는 강 교장은 "강사양성 과정을 통해 습득한 기술, 기존의 119수난구조 기법을 융합해 119 생존수영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전국 소방공무원과 초·중·고생 등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홍보를 하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재현 인재양성과장도 참가해 코치 자격을 얻었다. 그는 "부산소방학교가 폴수영과 협업을 통해 수난사고 때 인명피해를 줄이자는 취지로 생존술 코치 교육 과정을 도입했다"며 "유관기관과 협력해 수난구조 안전서비스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주부터 3주에 걸쳐 매주 이틀씩 부산지역 교장 120명에게 잎새뜨기 생존술을 포함한 안전교육을 한다"며 "생존술 체험교육과정에서 '잎새뜨기 생존술'을 체험하게 한 뒤 초·중·고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안치권 코치가 4일 서울 잠실수영장에서 서울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에게 잎새뜨기 생존술을 강습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안치권 코치가 4일 서울 잠실수영장에서 서울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에게 잎새뜨기 생존술을 강습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세이프타임즈>의 검증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세이프타임즈>는 4일 잠실수영장에서 '철인공장'으로 불리는 서울시청 트라이애슬론팀(철인3종) 선수들과 시연과 강습을 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1.5㎞ 수영과 마라톤, 자전거를 타는 '엘리트 철인' 박철웅(21)·임종율(21)·이창연(30) 등 3명의 선수가 참여했다. 안경훈 감독과 성은경 주니어트라이애슬론 클럽 코치가 참관했다.

안치권 코치가 수영장에서 잎새처럼 둥둥 떠 있자 선수들은 눈을 의심했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선수들도 물에 뜨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다리는 금새 수영장 바닥에 닿았다. 1시간 남짓한 시연과 강습을 통해 선수들은 완전히 물에 뜨지는 못했지만, 들뜬 표정이 역력했다.

박철웅 선수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불안전하게도 뜰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뻤다"면서 "강습을 제대로 받는다면 충분히 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평상시에도 다리가 무거워 고민이 많았는데,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루 빨리 터득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종율 선수는 "폐에 공기를 많이 넣어 부력으로 몸을 띄우고 힘을 빼는 것이 중요한 거 같다"면서 "연습을 통해 물에 뜨게 되면 자유형 1500m를 할 때 서핑보트처럼 물위에 떠서 저항을 덜 받고 쭉쭉 나갈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창연 선수는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는데 폴 코치님이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보통 사람도 단기간에 가능하다면 수상안전 사고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엘리트 선수들에게 접목하면 기록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안치권 코치가 4일 서울 잠실수영장에서 서울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에게 잎새뜨기 생존술을 강습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안치권 코치가 4일 서울 잠실수영장에서 서울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에게 잎새뜨기 생존술을 강습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시연과 강습과정을 지켜본 지도자의 반응도 놀라웠다.

■ 안경훈 서울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 = 철인3종 경기의 한 종목인 수영은 생존수영과 같은 '몸부림' 그 자체라고 생각을 해 왔다. 그래서 더욱 강도 높은 훈련에 매진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동호인을 지도할 때는 몸싸움과 많은 훈련량으로 체력을 쌓아 대회때 전투수영으로 극복할 수 있게 해왔다.

하지만 오늘 물에 뜨는 인류를 접했다. 진화론이라고 비유할 만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힘겹게 체력으로 이겨내는 수영을 지도해 온 시간들이 무의미해졌다. 항상 힘을 빼고 느끼고, 생각하라고 만 해 온 지도법에 새로운 혁명을 만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뒤죽박죽이 됐다. 

수영의 기초 새우등뜨기, 해파리뜨기, 이런것 보다 더 진화된 잎새뜨기를 통해 가슴이 떨리고 매우 흥분된 상태다. 잎새뜨기에 대한 의구심이 오늘로 싹 사라졌다.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에게 이롭게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든다. 유소년들에게 잎새뜨기를 지도해 물에 뜨는 인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 성은경 서울시청 주니어트라이애슬론 클럽 코치 = 잎새뜨기 영상을 본 뒤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바다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수영장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늘 수영장에서 폴 선생님이 티칭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첫째, 물이 무서워서 수영을 두려워 하는 아이들이나 성인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본다.

둘째, 수영을 시작하려는 초급자들에게 틀에 박혀 있는 기존의 티칭방식보다 더 손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에서 뜨지 못해서 수영을 두려워 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은 얼굴, 귀 등 신체가 물에 잠기는 것을 두려워 한다. 잎새뜨기를 본 결과 얼굴이 잠기지 않아서 유용하다.

셋째, 엘리트 선수들에게도 수영을 기존보다 힘을 덜 들이고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엘리트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10년 이상 수영을 하면서 어깨에 잦은 부상을 안고 참아 가면서 많은 훈련량을 소화한다. 어깨 부하도 줄이고, 수영을 보다 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 필리핀 청소년 100여명이 지난달 7일 필리핀 민도로 산타 크루즈 앞바다에서 '잎새뜨기 생존술' 시연을 보이고 있다. ⓒ 안치권
▲ 필리핀 청소년 100여명이 지난달 7일 필리핀 민도로 산타 크루즈 앞바다에서 '잎새뜨기 생존술' 시연을 보이고 있다. ⓒ 안치권

■ 잎새뜨기 실전생존술 = 창안자 안치권 코치와 '익사로부터 어린이를 구하자 (Save Children from Drowning)'라는 캠페인을 기획·총괄하고 있는 김철기 코치가 주도적으로 국내·외에 보급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수영동작을 하지 않고 몸의 부력, 호흡법, 특유한 자세만으로 수난 사고시에 장시간 '잎새처럼' 물에 떠서 구조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체력소모가 적고 안전한 생존방법이다. 

지난해까지 필리핀 민도로섬을 세차례나 방문, 주민과 어린이들 수백명을 대상으로 해변과 깊은 바다에서 실전생존술을 지도하고 있다. 실제상황을 가정한 실전 테스트를 통해 생존술의 실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지난달 7일부터 이틀간 세시간동안 교육을 받은 현지 어린이 300여명이 높은 파도를 견디며 잎새뜨기에 성공했다. 잎새뜨기 원리를 적용한 생존수영으로 안전하고 힘들이지 않게 이동이 가능, 배가 전복되는 등 위급한 상황을 피하거나 수영을 못하는 사람들을 구조해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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