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편의점 마스크도 품절 시민 불안
감기환자 기침 한번에 주위 따가운 눈총
개학·졸업 줄줄이 연기·중국교류도 중단
'우한 폐렴' 확산되면서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 넣고 있다.
30일 기준으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중국 내 7711명의 확진자와 17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의 첫 확진자는 우한에서 온 35세 중국인 여성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확진자와 같은 비행기에 동승한 사람과 관광 차 우한시를 방문했던 사람 등 한국 남성 3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된 상태다.
빠르게 확산되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시민들의 공포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지난 23일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마저 올라왔다.
이 청원은 사흘만에 2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 27일 기준 44만9000여명이 동의했다.
졸업과 개학시즌이 다가오면서 학생들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는 2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대책 회의를 열었다. 유은혜 장관은 대학 학생처장과 국제 처장들에게 "졸업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수련회 등을 연기·철회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많은 중고등학교는 졸업식을 연기·취소하거나 강당 대신 교실에서 진행하도록 일정을 변경했다. 서울 강남구 봉은초와 용산구 삼광초 등은 개학을 하루 늦은 다음달 3일로 늦췄다.
전남대는 다음달 중국에 파견·초청 예정이었던 행사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중국 유학 예정이었던 호남대생들도 출국이 연기됐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표정도 어둡다. 30일 서울 삼각지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잔뜩 움츠린 모습으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끼지 않고 기침을 하는 사람을 흘겨보는 따가운 시선도 느껴졌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시민 이모씨(30)는 "버스에 타기 전 마스크를 구입하려 했지만 편의점마다 품절이라 사지 못했다"며 "사람들이 많이 밀집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두렵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고조되는 공포감 속에서 우한 폐렴 감염 환자와 중국인을 향한 혐오도 확산되고 있다.
세 번째 확진자 A씨(54)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서울 강남과 고양시 일산 지역에서 387명과 접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친구와 강남에서 약속을 잡았던 박모씨(27)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30일 계획된 일정도 미뤘다. 박모씨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라 기대가 컸는데 세 번째 확진자가 강남을 활보했다는 말을 듣고 약속을 취소했다"며 "강남은 특히나 외국인 관광객과 시민이 많은 곳이라 더욱 꺼려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 우한에 전세기를 투입해 교민과 유학생 700여명을 국내로 이송할 예정이다.
지난 28일 정부는 천안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을 우한 교민의 격리 수용시설로 발표했다.
발표 후 천안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행안부는 29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수용시설을 변경했다.
이에 아산·진천 주민들은 경찰인재개발원 앞을 트랙터로 막고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결정 번복을 통해 지역사회에 상당한 불만과 혼선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사과를 드린다"며 "임시생활공간 선정은 수용 능력과 관리의 용이성, 공항으로부터의 무정차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감염자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면 의심증상이 있어도 스스로 질병관리본부에 전화하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며 "두려운 심정은 이해하지만 환자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감염 의심자가 음지로 숨지 않도록 격려를 보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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