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무 인천남동소방서 소방장
▲ 최상무 인천남동소방서 소방장

새로 발령받은 센터로 출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출동벨이 울렸다.

도심형 생활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이 화재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는 신고를 한 것이다.

감지기 오동작으로 인한 화재 오인인 경우도 있지만 실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신속히 출동해야 했다.

출동 지점은 주택 밀집지역 내 위치하고 있었는데, 소방차가 골목으로 진입하자마자 숨이 막혔다.

좁은 골목 양옆으로 차들이 빼곡히 주차돼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었다.

게다가 모퉁이에도 차량이 주차돼 소방차로는 회전이 불가능했다.

급한 대로 대원들이 뛰어서 신고 지점에 도착했고 확인 결과 다행히 감지기 오작동으로 안전조치 실시 후 귀소 했다.

만약 화재가 실제로 발생했다면 정말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2019년도 기준 2000만대가 넘는 자동차가 등록돼 있다.

자동차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주차여건이 좋지 못한 주택 밀집 지역의 경우 여전히 골목길 불법 주정차가 이뤄지고 있다.

현행법에는 긴급 소방 활동에 방해가 되는 불법 주정차량은 부수고 지나가도 되는 등 '강제처분'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법 주정차량은 파손돼도 보상받을 수 없다.

그러나 소방관들은 실제 불법 주정차량을 발견해도 민원과 추후 문제 발생 가능성 때문에 선뜻 강제처분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인이 소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모세의 기적'이라는 해외 영상을 보여주며 외국 시민들의 소방출동 중 피양에 관한 선진의식을 배워야 한다고 홍보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출동 중 어렵지 않게 '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시민의식이 높아졌다.

높아진 시민의식만큼, 나만 편하면 된다는 불법 주정차 의식도 바꿔야 한다.

내 가족과 이웃에게도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골목길 불법 주정차를 근절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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