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연구센터 기모란 교수 "사람 아닌 쥐 시험 결과"

▲ 아스피린과 알약 ⓒ 픽사베이
▲ 아스피린과 알약 ⓒ 픽사베이

아스피린(Aspirin). 진통·해열 효과가 있어 감기 치료제로 많이 쓰인다.

이 약이 '대장암을 잡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환자들의 관심을 끌고 화제의 뉴스가 되고 있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두아르테시 시티 오브 호프(City of Hope) 연구소의 암 전문의 아하이 고엘 박사 연구팀이 진행한 생쥐 실험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연구결과는 '암 발생'(Carcinogenesis) 최신호인 6일자에 게재됐다.

아스피린이 대장암 세포가 스스로 죽는 '자연사멸(아포프토시스·Apoptosis)'을 유도해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다.

고엘 박사 연구팀은 4종류의 대장암을 유발시킨 쥐 432마리를 4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아스피린을 아예 투여하지 않거나 각각 △저용량(15㎎/㎏) △중간용량(50㎎/㎏) △고용량(100㎎/㎏)의 아스피린을 투여했다.

이후 각 그룹에서 3마리씩을 무작위로 뽑아 아스피린을 투여한 뒤 3·5·7·9·11일째 되는 날에 대장에 발생한 종양을 분석했다.

아스피린이 투여된 쥐들은 모든 세포주(cell line)에서 암세포의 자연사멸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피린 투여량이 많을수록 암세포의 자연사멸이 늘어났다.

고엘 박사는 "아스피린은 알츠하이머·파킨슨 병·관절염 등 만성 염증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어 '기적의 약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스피린이 이러한 질병을 예방하는 데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위장장애나 뇌졸중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연구를 통해 대장암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아스피린 적정 투여량을 찾는 것에 더 가까워졌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매년 3000여명이 대장암 진단을 받는다. 대장암 환자 10명 가운데 2명은 5년이라는 생존율을 넘기지 못하고 숨진다. 대장암 환자가 3만1968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믿고 아스피린을 복용할 수 있을까.

▲ 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
▲ 국립암센터 기모란 교수

복용은 시기 상조인데다 현재로서는 절대 금물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사람에 대한 임상 실험을 거치지 않은 데다 부작용이 많기 때문이다.

국립암연구센터 기모란 교수는 8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연구는 쥐를 이용한 실험 연구지 대장암에 걸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 연구가 아니다. 연구 결과를 가지고 아스피린이 대장암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해석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 실험에서 효과를 보였던 많은 약들을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해보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너무 커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기모란 교수는 "아주 고용량일 때 암 조직이 작아진 것이지 사라지진 않았다. 아스피린은 출혈이 잘 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다"며 "항염증과 항응고 작용을 하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을 앓았던 분들이 2차 예방약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에 관한 가장 확실한 정보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가암정보센터의 내용을 확인하면 좋겠다"며 "국가에서 전문가들이 고민해서 만든 국민 암 예방수칙 열가지 가운데 금연이 가장 중요하다. 암 진단을 받으셨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장암 치료라는 언론 보도에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한 네티즌(stc****)은 "아스피린은 효과의 끝이 도대체 어디냐"며 만병통치약인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shal****)은 "엄마가 고혈압 때문에 아스피린을 장기간 복용했는데 어느 날 입안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아서 응급실에 실려 갔다"고 부작용을 강조했다.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약국 관계자는 "알벤다졸(기생충약) 같은 경우에는 찾는 사람이 많았다"며 "아스피린은 문의가 가끔 오지만 아직까지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의 보도를 믿기 보다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며 "대장암 환자가 치료를 위해 복용할 때는 먹기전에 반드시 의사나 약사 등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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