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시 판매 호황 … '아이들 아우성' 부모들 '고민'

▲ 대형마트에 어린이 화장품 장난감이 진열돼 있다. ⓒ 안현선 기자
▲ 대형마트에 어린이 화장품 장난감이 진열돼 있다. ⓒ 안현선 기자

"화장을 안하면 아파보여요." 

"친구들 모두 화장을 하고 다녀서 안하고 다니면 왕따가 되는 것 같아요." 

화장에 대한 초등학교 여학생들의 반응이다.

초등학교 여학생들 사이에서 틴트, 비비 등으로 화장을 하고 다니는 것이 이미 익숙한 또래문화로 자리잡았다. 고등학생, 중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화장이 어느새 초등학생까지 연령대가 낮아졌다.

31일 서울 용산의 한 대형마트 어린이 장난감 코너. 연말연시를 맞아 장난감 판매가 활발한 가운데 어린이용 화장품 놀이 세트가 눈에 띄었다.

해당 화장품 장난감의 사용 연령은 '6세 이상'이었다. 초등학생보다 더 어린 연령의 아이들에게 화장하는 일이 익숙해지게 장난감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여자 아이들을 겨냥한 화장 영상과 화장품 장난감 리뷰 영상이 퍼지고 있다. '어린이 화장'이라고 검색하자 어린아이들부터 성인들까지 수많은 영상들이 업로드 돼 있었다.

구독자 200만명이 넘는 유투버가 운영하는 채널에서 시민들은 '코르셋 대물림 수준이 아니라 각인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화장을 권유하지 말아달라'는 댓글로 우려를 표했다.

시크릿쥬쥬의 '비타민 톡톡 시크릿 화장가방'의 광고는 "너도 예뻐져봐"라는 대사로 끝이 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일이 능숙하지 못한 어린이들에게 '예뻐야 한다'는 잘못된 여성성과 '외모 코르셋'이 자연스럽게 강요되고 있는 것이다.

▲'바를 때마다 쥬쥬처럼 예뻐져요'라는 문구로 어린이들에게 예뻐야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 안현선 기자
▲'바를 때마다 쥬쥬처럼 예뻐져요'라는 문구로 어린이들에게 예뻐야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 안현선 기자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에 화장을 시작하면 성장기 피부 부작용에 큰 원인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화장품에 들어있는 유해 성분으로 인해 과다한 환경호르몬 노출과 호르몬 불균형 등으로 인한 성조숙증이 나타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반 브랜드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어린이들의 환경호르몬 노출이 위험한데, 화장품 장난감의 품질은 더욱 문제다.

화장품 장난감의 뒷면 성분표시와 주의사항 란에는 '입에 넣으면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용출될 수 있으니 입에 넣지 말 것'이라고 써있다.

6세 아이를 둔 부모 김모씨(35)는 우려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은 무조건 입에 넣고 본다"며 "자연유래성분에 비타민이 들어있다고 쓰여있지만, 정말 아이들이 먹었을 때 안전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프탈레이트는 환경호르몬으로 생식 독성과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키고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가소제는 플라스틱을 성형할 때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것이다.

프탈레이트는 특성상 플라스틱 제품에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쉽게 용출될 수 있다. 아이들이 화장품 장난감을 문지르고 바르는 과정에서 환경호르몬이 쉽게 체내로 유입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7세 아이를 둔 한 부모는 "아이가 화장품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써 어쩔 수 없이 사줬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아이 피부에도 나쁠 것 같고, 어릴 때부터 화장이나 꾸며야 하는 일에 익숙해지는 것에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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